친환경 농장으로 널리 알려진 화성 산안마을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에 맞서다 한계에 다다랐다. 서류상 살처분된 산란계와 출하하지 못한 달걀 130만개를 눈 뜨고 더는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정부에 맞선 지 58일 만이다. 산안마을은 지난해 12월23일 반경 3㎞ 내 또 다른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살처분 대상에 포함돼 살처분 행정명령을 받았다.

산안마을은 산란계 3만7000마리를 사육한다. 이 마을에서 지난 19일 처음으로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졌다. 산안마을은 친환경 농법으로 1984년부터 37년간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고, 3㎞ 내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2014년과 2018년에는 당시 법에 따라 살처분하지 않았다. 발생 농가 반경 3㎞ 내 가금류를 강제 살처분하는 규정은 2018년 12월 새로 생긴 것이다.

지난달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산안마을이 낸 '살처분 강제집행 계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기도 했으나 살처분은 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산안마을 측은 두 달여 간 살처분 명령을 거부해 오면서 화성시, 경기도,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강제 살처분 규정의 불합리성을 주장해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록 산안마을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에 따랐지만, 그것이 옳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산안마을의 모범적인 사육방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친환경 사육', '동물복지' 등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우선 산안마을 사례를 통해 방역당국의 3㎞ 내 무조건적인 살처분 규정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최근 당국은 살처분 대상을 '3㎞ 이내 가금류'에서 '1㎞ 이내 같은 축종 가금류'로 일부 완화했다.

또 산안마을처럼 사육방식에 따라 AI가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산안마을은 최대 잠복기(14일)가 4번이나 지나는 동안 단 한 번의 AI 양성 판정도 없었다. 이미 감염 위험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문제가 많은 살처분 강제 규정이 바뀌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동안 버텨왔다”는 산안마을. 정부는 산안마을을 계기로 철저한 역학조사와 함께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