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코로나 19가 모든 생활의 기준이 됐다. 가족과 외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경조사 결정까지… 하물며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고향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까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뿐인가 불편함은 삶의 일상이 됐다. 출근길에 마스크를 챙겨야 하고, 악수한 뒤 손 소독제를 바르고, 엘리베이터에 만난 동네 사람을 경계하고, 외식 장소 창밖에서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동태를 살피는 일까지 하루하루가 불편의 긴장이 연속이다.

불편한 일상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코로나가 휩쓸고 간 바이러스 전쟁의 상흔은 어떻게 치유할지 걱정이 앞선다. 실업률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골목 경제는 붕괴 직전이라는 암울한 소식만 가득하다.

경인지방통계청의 '2020년 경기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경기지역 연간 취업자 수는 69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3000명 감소했다. 경기지역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ㆍ음식·숙박업(-13만2000명)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다음으로 사업ㆍ개인ㆍ공공서비스 및 기타(-7만명), 전기ㆍ운수ㆍ통신ㆍ금융업(-5만명), 농림어업(-8000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됐다. 대한민국만 봐도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소득 하위 20% 가구의 가계소득은 감소했지만, 상위 20%의 가계소득은 증가했다. 노동인구는 줄어 노동이 창출하는 소득은 줄고,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버는 세상이 됐다.

최근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이 정부·여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정세균 총리가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보상 법제화 검토를 지시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전 국민 대상의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을 밝혔다. 그러나 여당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4차 재난지원금은 경제방역이라고 앞세웠지만 '선거용'이라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기도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민주당과 이 대표가 갑자기 4월 전 국민 지급이라는 선별+보편을 꺼낸 것에 환영의 박수보다 씁쓸함이 앞선다.

지난 2월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10만원이 무너진 골목 경제를 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비판도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단비와 같다며 환영한다.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4월12일부터 8월9일까지 중앙정부 긴급재난지원금과 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된 금액은 모두 5조1190억원이다. 4월12일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날이다.

8월9일은 신용카드 및 지역 화폐형 재난기본소득 사용 만기일인 7월31일에 전산처리에 드는 일주일을 더해 최종 재난기본소득 소비액(98.3% 사용 완료)이 집계된 날이다. 이 기간에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소비지출액은 78조73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조9931억원보다 7조7444억원이 늘었다. 지급액보다 2조6254억원 늘어난 소비지출이 일어난 셈이다. 재난지원금이 지급을 시작한 시점부터 3개월 가량은 골목 경제 선순환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일시적 재난지원금으로는 코로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1년 넘게 우리는 폐업과 실직과 같은 생계위기 속에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오로지 사회적 관계망과 연대 복원만이 위기의 시대를 탈출할 수 있다. 이제 선거용 재난지원금이 아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 연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소득이든 이익공유이든 코로나 이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목표도 바꾸자. 언제까지 우리 사회의 목표가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성이어야만 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중산층 다시 살리는 사회시스템 구축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

/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sshong6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