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추가 주목됐던 화성 산안마을의 '묻지마 살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요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궁금했을 텐데 다행한 일이다. 구제역이나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전파력이 매우 강한 동물 전염병에 대처하는 예방적 살처분은 분명 불가피한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같은 전염병들의 온상인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동물복지농장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25일 행정위원회를 개최, 화성시 향남읍 산안마을의 살처분 집행정지 처분을 수용했다. 산안마을은 지난 18일 살처분 집행정지 처분과 살처분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중 살처분 집행정지를 우선 인용한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산안마을은 축사면적 1㎡ 당 9마리가 아닌, 4마리 이하라는 자체적인 기준을 적용해 가축 밀집도를 낮추고, 친환경 농법 등으로 닭들의 면역력을 높이고 있다. 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활동력이 떨어지는 산란계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대부분의 산란계 농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공장식' 축사 운영과 달리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산안마을에서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2월23일에도 인근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지만, 산안마을은 정밀검사 및 간이키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3㎞ 정도 떨어진 다른 마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서 경기도의 살처분 명령이 내려졌다. 산안마을은 주민 25명이 3만7000여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다. 산안마을 주민들은 경기도의 기계적인 살처분 명령에 대해 실효성을 제기하면서 이를 제고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산안마을은 잠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경기도도 정부 기준에만 의존하지 않고 도 차원의 합리적인 살처분 기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행정의 일관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묻지마 살처분'에 대해서는 산안마을의 사례를 거울 삼아 재검토가 요청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