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 폐기하고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 주력
코로나19·경기침체 극복 역점과제…첫날부터 강한 드라이브
"통합 없이는 평화 없다"…"국제사회 현안에 적극 관여할 것"

 

▲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트럼프 시대'의 막을 내리고 '바이든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78세로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은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정치가로 세 번째 도전 끝에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낮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하고 대통령직 업무를 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역사와 희망의 날이라면서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합 없이는 어떤 평화도 없다", "내 영혼은 미국인을 통합시키는 데 있다"며 산적한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합할 것을 호소한 뒤 새로운 출발을 역설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의 현안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면서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취임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무장 시위 우려까지 커지며 2만5000 명의 주방위군이 지키는 군사작전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전염병 대유행과 경기 침체, 극심한 내부 분열 등 전례가 없을 정도의 복합적 위기 속에 취임해 이를 수습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 1순위로 꼽아온 그는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시대와 차별화하며 새로운 질서 구축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식 외교정책이 미국의 위상 저하를 초래했다고 보고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반으로 한 다자주의 부활, 동맹 복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상대로 벌인 각종 무역 갈등, 방위비 인상 압박이 상당 부분 해소되거나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한미동맹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이 최대 경쟁자로 인식하는 중국에 대해선 전임 행정부의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한국을 포함한 전통적 우방이 미중 갈등 소용돌이에서 자리 찾기를 위한 고민에 빠져들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비핵화의 경우 바이든의 동맹 및 조율 중시가 한국에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트럼프의 하향식 대신 실무협상부터 시작하는 상향식 접근법은 한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바이든은 취임 열흘 간 수십 개의 행정명령 등을 발동해 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한 '바이든 시대'의 청사진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석을 차지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인준 청문회를 통과한 각료 한 명 없이 출범하는 상황, 트럼프의 탄핵심판으로 인한 탄핵 정국, 코로나19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개혁과제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 기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정치력의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