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최근 5년 동안 AI(조류인플루엔자) 예방적 살처분 명목으로 한 번도 재량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발생=살처분' 등식을 만든 것으로, 지역과 발생 상황, 위험도, 지형적 여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쏟아부은 예산 만 수천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2018년 12월 AI(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을 내놨다. 이는 AI가 발생한 지점 반경 500m 내에서 3㎞로 확대하면서 생산물의 살처분 역시 따라 늘었다.
다만 발생시 지형적 여건, 역학적 특성 등 위험도에 따라, 지자체장이 정부와 협의한 경우 살처분을 축소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예외조항이 한 번도 적용되지 않으면서 막대한 예산이 쓰였다는 점이다.
도는 2015년부터 지침이 개정되기 전까지 157건, 309개 농가 대상으로 총 2113만1600수를 살처분했다. 투입된 예산은 1618억여원에 달한다.
개정 이후엔 살처분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지난해 12월6일 여주시에서 발생한 이후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18건 발생했는데, 83개 농가에서 무려 688만6000수를 살처분했다. 2019년엔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관련 예산은 현재 보상 등 문제로 산정 중이다. 이전 사례에 미뤄봤을 때 적지 않을 것이란 게 관측이다.
지난달 23일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화성 산안마을에선 반발이 크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아무런 고려 없이 살처분한다는 게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유정란(달걀) 출하가 막히면서 도에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산안마을 관계자는 “예외조항이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다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이는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비효율적인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법령상 살처분은 최선의 방법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며 “다만 현재 예외를 둘 수 있는 농가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방안 등은 정부에 이전부터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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