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새벽 2시경 연수구 옥련동 한 중고차수출단지에서 큰 불이 났다.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 창문이 울릴 정도의 폭발음과 하늘을 덮은 붉은 화염에 놀라 잠을 설쳤다. 소방차 35대와 화재진압장비 45대, 소방관 112명이 출동해 5시간 만에 진화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컨테이너 11개동과 보관차량 100여대가 불에 탔다. 능허대공원 건너편 수출 컨테이너에 차량을 입고하는 쇼링 기업이 입주한 곳이다.

지난 14일에도 인근 폐차 부품 수출업체에서 불이 나 화재 위험이 반복됐다. 송도석산 맞은편부터 옛 송도유원지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중고차수출단지의 안전 환경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이 지역 일대 문화관광단지 조성 계획이 무산되고, 지난해에는 난개발을 이유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해제되면서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했다.

이로써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3년 동안 부지사용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어느 때보다도 지역주민들의 생활환경 보장과 사업장의 안전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위법 행위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쇼링 작업 차량이 상시 도로 차선을 점유해 능허대로를 운행하는 일부 구간의 일반 운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할 정도다. 철저한 도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

위법행위는 또 있다. 주기적으로 차량 번호판조차 없는 트럭 등 노후차량들이 도로에 방치되기도 한다. 지난 13일 능허대로 양쪽 차선에는 '방치차량 강제처리 안내문'이 부착되고 강제 견인되는 사례도 있었다. 또 중고차단지로 진출입하는 간선 도로에는 버젓이 중고차량들이 도로를 장기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위법과 불법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행정력이 작동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중고차 수출이 잔존가치를 높이는 굴뚝 없는 수출산업으로 인식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환경 훼손 등 허울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중고차단지의 환경오염 촉발은 주민의 쾌적한 삶을 위협할 뿐이다. 수출의 효용성이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수출단지의 낙후성을 하루빨리 개선하는 길밖에 없다. 울타리에 가려진 중고차단지의 속살이 공개돼야 '환경특별시 인천' 실현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주민의 안전 확보와 환경 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