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140여년 전에 세워진 '국제도시'다. 인천은 개항(1883년) 이후 외세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양의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개항 전엔 한적한 포구였다가, 새로운 문명을 만나 근대도시로 나아갔다. 당시 일제가 국제도시로 만든 인천에 삶의 애환이 두루 서려 있는 일은 숙명적이다. 일제는 서울의 '목구멍'인 인천을 교두보로 삼아, 전반적인 도시계획을 착착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과 서양인들은 갖가지 건축물을 남겼다. 공사를 직접 하는 이들은 주로 조선인이었다. 우리와 별 상관 없는 건물을 짓는 데에 조선인들의 피땀이 온전히 스몄다. 인천항 건설 공사만 해도 그렇다. 조선을 합병한 일제는 조수간만 차로 무역항으로서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던 인천항에 갑문식 도크를 건설(1911∼1918년)했다. 조선 팔도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이들이 동원됐다. 그런 후 인천은 날개 돋친듯, 개항장의 면모를 일신하며 '화려함'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처럼 조선과 세계를 잇는 근대과학의 출발점이었지만, 일제가 침탈 야욕을 드러낸 곳이 인천이다.

자발적으로 바뀌지 못한 채 외세에 의한 변화를 꾀했다곤 해도, 지금의 인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이국적 산업문명 시발점으로 떠오른 인천엔 철도·호텔·공원 등 전국 '최초·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여기엔 역사적 상흔이 짙게 배어 있다. 특히 개항장이었던 중구 일대엔 오늘날 되살려 역사 교훈으로 삼을 만한 근대 건축물 유산이 상당수에 이른다. 한국전쟁 중 인천상륙작전 때 집중포화로 대부분 파괴돼 정말 아쉽긴 해도, 우리에게 '장소성'만은 꼭 기억해야 할 무엇이다. '역사성'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중구의 대표적 관광지 '개항장 거리'가 지난 주 '2020년 한국 관광의 별'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문체부가 관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고 한국관광 발전에 기여한 관광자원이나 지자체·단체·개인 등을 발굴해 주는 상이다. 관광분야 최고 권위 상으로 꼽힌다. 중구는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관광여건 속에서도 첨단기술력을 관광서비스에 접목한 온·오프라인 야행 축제 개최 등 당찬 시도를 통해 관광지로서 매력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항장 거리는 인천 개항 이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개항기를 배경으로 한 문화재와 박물관 등 문화시설이 두루 존재하는 근·현대 역사문화 관광지다. '한국 관광의 별' 선정을 계기로 개항장 거리가 우리나라 대표 역사문화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더 쏟았으면 한다. 개항장 거리는 더 이상 인천만의 유산이지 않다. 국민들에게 일제 침탈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전국 명소로 가꿔나가자. 그리고 140여년 전 개항기보다 더 변화무쌍한 시대를 맞아, 이젠 우리 스스로 가야 할 길을 개척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ymoon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