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으로 보이는 실내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무대로 몰려나와 신랑·신부와 뒤섞인 채로 춤을 추며 환호성을 지른다. 강단에 서서 박수만 치던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도 어느새 춤판에 합류해 몸을 흔들었다. 춤판은 5분 정도 이어졌고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천 서구 주님의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San Francisco Revival October 2020!' 영상 속 한 장면이다. 중년 남성은 주님의교회를 운영하는 A목사였다. 신랑·신부는 그의 사위와 딸이었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 밀착해 춤을 추던 사람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님의교회 지교회 신도들이었다.

A목사는 지난해 10월8일부터 같은 달 25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를 차례대로 방문하며 대면 예배를 가졌다. 특히 마지막 방문지인 샌프란시스코 교회에선 딸 결혼식도 치렀다. 이곳에서 때아닌 춤판이 벌어졌고, 뒤이은 예배에서도 요란한 춤사위가 펼쳐졌다.

앞서 같은 해 8월 말 주님의교회에선 예배 참석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신도와 그 가족 등 모두 3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첫 확진자가 당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일보는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한 달 전 예배에서 A목사가 “코로나19 사태는 하나님의 심판”이란 궤변을 쏟아낸 것을 처음 파악해 보도했다. 이 발언의 장본인 A목사 역시 코로나에 감염됐다. A목사는 10일간 격리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교회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자신의 발언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음에도 코로나에서 완치된 지 한 달여 만에 미국으로 건너가 신도들과 춤판을 벌인 것이다.

아찔한 춤판 현장은 영상을 본 많은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정작 A목사는 취재기자에게 그 당시 모임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A목사는 교회 재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에 지금까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경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가르침이 적혀 있다. 자기희생과 헌신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이 구절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들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마스크 착용 등 각자의 작은 희생은 인류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특정 다수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방역수칙 위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목회자가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구하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은 오로지 A목사의 몫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