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25 전쟁 발발 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쟁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는 냇가에서 빨래하다 양손을 잃었고, 어떤 이는 산에 먹을 것을 구하러 갔다가 다리를 잃었다. 이들은 모두 지뢰, 불발탄 폭발에 의한 전쟁 피해자들이다.

연일 극심한 한파가 이어지는 요즘, 피해자들의 고통은 배가 된다. 겨울철에도 땀이 흐를 만큼 불을 때고 나서야 잠을 이룰 수 있단다. 여기에 각종 후유증에 시달려 온 피해자들은 우울증이나 수면제 약을 먹지 않고서는 버티기가 힘들 만큼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장애를 안고 살아온 탓으로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KBS와 평화나눔회가 지뢰 및 폭발물 피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총 2884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들은 제대로 된 보상은 고사하고 피해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행법상 지뢰 피해에 대한 위로금 산정 기준을 사고 당시 월 평균 임금으로 정하고 있는데, 전체 지뢰피해자 가운데 72.8%를 차지하는 1970년도 이전 피해자에게 주어진 보상금은 고작 2000만원에 불과했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주어진 위로치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지뢰 피해가 입증된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뢰가 아닌 불발탄이나 유기탄에 의한 피해자들의 경우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가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연천, 파주, 김포 등 접경지역 지뢰 또는 불발탄에 의한 피해자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637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피해자 중 단 9명만이 보상을 받았고 99%에 해당하는 628명(2020년 3월 기준)은 보상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발탄 피해자는 346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불발탄이나 유기탄 피해자는 보상 자격에서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반가운 사실이 전해졌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피해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힘써 온 평화나눔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 지난해 12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지뢰피해자뿐 아니라 불발탄이나 유기탄 등 폭발물 피해자에게도 확대 지원이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또 당시 평균 임금으로 산정됐던 보상금 기준도 현실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도 이 땅에는 제거하지 못한 지뢰가 150만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터질지 모를 전쟁의 '씨앗'을 우린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 지뢰, 불발탄, 전쟁의 상처를 지우는 일,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당신도 언제, 어디서든 전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박혜림 경기본사 문화기획부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