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서, 작년 장기 파열·타박상 남아 부모 분리조치·체포
16개월 정인이 사망 사건과 유사…경찰 대처 중요성 보여줘

양천경찰서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 양의 학대에 대해 대처하지 않은 것과 하남경찰서가 수사한 '3살 남아 학대 사건'이 세간에 비교되고 있다. 정인 양 사건과 유사하게 이 사건도 장기 일부가 파열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었는데,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분리와 치료가 이뤄지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의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해 11월11일 오후 10시49분쯤 3살 아이가 학대당한 것 같다는 A병원의 의료진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당시 이 아이는 장기 일부가 파열되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 아이는 A병원에서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다쳐, 도내 한 의료거점병원으로 이송됐다.

하남경찰서는 즉각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부모와 분리 조치했다. 다음날인 12일 곧장 베트남 국적의 친모를 만나는 등 수사에 착수했고, 아동학대가 의심돼 같은 날 오후 5시 긴급체포했다.

조사과정에서 친모와 함께 살던 불법체류자인 동거남도 학대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해 긴급 수배에 나섰다. 동거남은 사건 발생 이틀만인 13일 경찰에 붙잡혔다.

3살 남아에 대한 치료와 보호조치도 동시에 이뤄졌다. 이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안 돼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 그동안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를 지원한 사례는 없었다.

경찰은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를 찾아다니면서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의료비 등 적절한 지원이 이뤄졌다. 아이는 지난해 11월25일 2주간의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현재 도내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찰은 추후 아이가 시설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하남시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하남경찰의 대처는 국민적 공분을 산 16개월 정인이 사망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의사와 어린이집 원장 등이 학대 의심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정식 수사에 돌입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부모와 분리조차 되지 않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하남경찰서 관계자는 “서장이 직접 챙길 만큼 가정폭력과 아동 학대를 중히 여겼다”며 “수사와 동시에 경기남부청과 아이를 보살필 방안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아동 학대 신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살폈다”며 “앞으로 신고가 접수됐으나 수사 등 처리되지 않은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