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그간 무슨 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범대책위원회부터 꾸려 대처해 오곤 했다. 그러나 그 위원회라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 또한 오래 경험해왔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대처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같은 일을 하는 아동 협의체가 중복된 형태로 설치돼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 기구에 참여하는 인사들도 중복된다. 이러다 정작 사태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미루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의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른 아동학대 대응 협의체 구성을 두고 경기도내 지자체들에서 '탁상 행정' 비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가 있는데 다시 비슷한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해 혼란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아동 및 청소년 학대 방지대책 일환으로 지자체마다 아동 학대 대응 정보연계협의체를 설치하도록 했다. 지자체_경찰_학교_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정보 공유가 골자다. 이를 통해 아동 청소년 학대를 최대한 방지한다는 게 주된 목표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은 현행 아동복지법의 규정에 따라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심의위는 정보연계협의체와 다루는 범위만 차이가 난다. 심의위의 경우 아동복지 전반을 다루는 반면, 정보연계협의체는 아동학대 대응에 한정된다. 그간 지자체는 심의위에서 아동보호를 위한 지역내 안건 등에 대해 분기마다 논의해왔다. 여기에는 물론 아동학대 현안도 포함된다.

게다가 심의위와 협의체는 구성원도 상당 부분 겹친다. 화성시의 경우 심의위에 지자체_교육지원청_경찰서_아동보호전문기관_전문가 및 교수 등이 있고 정보연계협의체에는 지자체_교육지원청_경찰서_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천_여주시의 경우 정보연계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았다. 양주_화성시 등 경기도내 10개 지자체는 협의체 구성은 했지만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는 보건복지부가 주무 부처다. 그런데도 현행 아동복지법도 검토해 보지 않았다는 말인가. 중복되는 말든 설치만 하고 보자는 '위원회 만능' 으로는 아동학대 대처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