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보수 공사를 입찰하면서 자격이 없는 업체를 선정했다.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시공업체로부터 자재공급승인원을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의 없는 날에 지출한 식대를 운영경비로 처리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95개 아파트단지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748건의 부정사례를 적발해 고발 및 수사의뢰(6건), 과태료(204건), 시정명령(118건), 행정지도(420건) 처리했다. 부정사례가 한 아파트당 7.8건이다. 아파트 관리 운영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청탁과 뇌물이 오고간 경우도 있었다. 관리비가 눈먼 돈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운영 비리가 그치지 않는다. 지난 7년간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확정판결 사례는 4800건에 달한다. 적용된 혐의는 폭행, 모욕, 감금, 문서위조, 강제추행 등이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련된 범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이 좋아서 그런지 입주자 대표들 간에 세력다툼도 발생한다. 문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제대로 감독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아파트 운영에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정의 싹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동대표들의 갑질도 잇따르고 있다.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입주자대표회장은 관리사무소장이 외부 업무로 조기 퇴근하자 “내가 주인이냐, 네가 주인이냐. X같으면 당장 때려쳐”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또 자신의 생일에는 “오늘은 회장님 생일이시다. 편안히 좀 쉬게 자극하지 마라”고 했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경비원 두 명이 동대표 딸의 이삿짐을 나르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 경비원은 “이건 무슨 머슴이라니까요. 그래도 내가 경비라는 자존심이 있잖아요. 경비복 벗고 이삿짐 날랐어요”라고 말했다. 안산시 한 아파트 동대표는 지난달 경비원을 불러내 경비실 옆 인도에 있는 개똥과 나란히 서게 한 후 사진을 찍었다. 개똥도 안치우고 뭐하느냐는 의미였다는데 엽기적이다.

인천시의회가 최근 경비원_환경미화원 등 아파트 관리업무 종사자들의 인권증진을 담은 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연수구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등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들을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끌어댄 논리치고는 궁색하다. 경비원_관리소장 자살 등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아파트 종사자들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지난달 군포시에서 아파트경비원들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조 격인 아파트노동자협회가 생겨났다.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김학준 논설위원 k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