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재난은 없다'는 하인리히 법칙. 이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정의한다.

실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도 이 법칙이 적용됐다. 천장과 바닥에 금이 가거나 물이 새는 등 숱한 작은 징후가 포착됐다. 만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점검을 했더라면 502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은 컸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경기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6일 기상청이 당일 오후부터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고했으나, 지자체는 '오보' 등의 이유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히 제설차 준비 등 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후 8시 기점으로 눈이 쏟아졌다. 광주 16.2㎝, 과천 15.6㎝, 성남 14.6㎝ 등 도내 대부분 지역에 10㎝ 이상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는 한순간에 마비됐다.

도로 곳곳은 형태를 알기 힘들 정도로 눈으로 뒤덮였고 극심한 차량정체는 물론 눈길 사고도 속출했다.

한 운전자는 서울시 마포구에서 출발해 광주시까지 가는 데에만 16시간이나 걸렸다. 평상시 1시간쯤 걸린다. 심지어 정체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자, 차를 버리고 피신한 시민도 있었다.

과연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부랴부랴 준비해 뒤늦게 현장에 나가다 보니 차량정체에 제설차가 갇혀 꿈쩍하지 못했다.

눈은 계속해서 쌓여서, 다음날까지 도로는 눈으로 덮여있었다.

결국 출근길 시민들의 피해로도 이어졌다. 수원 영통구 A 기업단지에 입주한 420여개 업체는 절반 이상이 오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전체 4000여명 직원 중 절반 가까이 출근하지 못한 탓이다.

오산시 양산동 세미교차로 앞도로도 출근 시간인 오전 7~10시 수북하게 쌓인 눈으로 차량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1번 국도와 3번 국도 등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도 차선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제설하는 거 맞아요? 제설차 한 대도 못 봤네요.” 시민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만일 지자체가 기상청의 예보를 귀담아들었다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상황은 조금이나마 줄었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은 없다고 한다. 재난 위기가 눈곱만큼이라도 발견된다면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준비됐는지 등을 세심히 살펴 예방해야 한다.

/이경훈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