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신년사의 주요 키워드는 ‘경제’와 ‘회복’이었다.

코로나19로 장기화한 경제 침체에서 반등해 국민의 일상을 회복하고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사용한 어위 중 ‘국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총 29번이 나왔다. ‘코로나’는 16번, ‘회복’은 15번 언급됐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경제’는 모두 17번 언급돼 가장 많이 등장했었다.

‘경제’가 지난해보다 12번이나 더 언급된 점은 문 대통령이 올해 국정 분야 중 경제에 얼마나 큰 비중을 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라며 “민생경제 회복에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11번씩 언급된 ‘위기’와 ‘뉴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 의지를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년에 비중이 높았던 이슈들의 언급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14차례 등장했던 ‘공정’은 올해는 5번 언급되는 데 그쳤다.

‘평화’도 지난해보다 7번이 줄어든 6차례 등장했다.

2년 전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등으로 반전을 모색했으나 지난해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진전이 없었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비핵화’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비핵화의 당위성보다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 후퇴한 것으로 평가받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더욱 공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며 북한에 다시금 전향적 태도로 대화에 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감한 정치분야 이슈에 대한 발언을 예년보다 크게 줄였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는 연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민생 경제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진영대결로 번질 우려가 있는 정치사안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이런 ‘침묵’의 배경이 됐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는 배석자 없이 청와대 본관 1층 중앙로비에서 27분간 진행됐다.

감색 정장에 ‘이니 블루’로 불리는 푸른 넥타이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신년사를 읽어 내려갔고, 손짓을 섞어가며 주요 대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