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발레리 퐁텐 지음, 역자 유 아가다, 두레, 32쪽, 1만원
▲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발레리 퐁텐 지음, 역자 유 아가다, 두레, 32쪽, 1만원

「내 방의 문이 늑대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늑대는 방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불쑥불쑥 침입했어요.나무로 만든 문은 늑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거든요.」

엄마와 나, 단둘이 사는 집에 새아빠가 들어왔다. 처음에 엄마에게 다정했던 늑대는 곧 본색을 드러내며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집에서는 웃음 소리 대신 고함과 물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와 내가 힘센 늑대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나는 양처럼 조용히 지내며 더 열심히 정리하고 이빨도 성실히 닦았다. 하지만 늑대의 폭력은 더 심해지고 결국 내 팔에도 멍 자국을 냈다. 나는 방에서 나만의 요새를 만들어 숨었다. 점점 더 깊이 숨었다.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는 어린이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라는 무겁고 민감한 주제를 마주했다. 그것도 정면으로 그리고 아이의 시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책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이자 피해자인 여자아이를 화자로 내세워 가정폭력의 현실적인 모습, 도망갈 수 있는 곳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위태로운 현실을 오롯이 들려준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엄마와 딸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며 대처하는 모습에서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친구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이번 작품은 아이들의 인성 그림책 시리즈, '괜찮아, 괜찮아'의 열두번째 이야기다.

그동안 시리즈 책은 이혼 <나는 두 집에 살아요>, 죽음과 이별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외모 콤플렉스 <누구나 공주님>, 욕심과 이기심 <안돼, 내 사과야!>, 가족의 소중함 <텔레비전을 끌 거야!>, 거짓말과 양심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발표와 자신감 <발표하기 무서워요!>, 과잉간섭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근심과 걱정 <걱정은 걱정 말아요>, 성 역할 고정관념 <케빈은 공주님> 등 아이들이 고민할 만한 주제들을 폭넓게 다뤘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