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종합상가 뒤편(2020년).

1980년대 인천을 대표하는 신식 상가로 한때 유명세를 탔던 건물이 있다. 1979년 5월에 준공된 경인종합상가다. 마치 서울의 세운상가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건물 뒤편에는 경인종합상가의 후광을 받아 덩달아 번성했던 시장이 있다. 흔히 주민들이 '경인시장'이라 부르던 시장통이다.

인주대로 417번 길과 동주길 135번 길이 교차하는 이곳에서부터 사방으로 꽤 긴 골목에 채소와 과일가게, 정육점, 할인마트, 철물점, 식자재마트 등 녹색 차양막을 한 상점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이곳이 최근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걸캅스(2019년 개봉)에 이어 번외수사(2019년), 인질(2019년), 보이스(2020년) 등 많은 영화의 로케이션이었다.

인천에는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 그중 동구의 '일진전기'는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인천에서 최고의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넓은 주차공간과 거대한 창고건물, 오래된 건물의 내·외부에서 뿜어 나오는 짙은 컬러감과 레트로의 분위기는 촬영 감독들의 눈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영상·문화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져 내리는 도시, 이른바 '스트리밍시티' 조성계획이 발표되었다.

총사업비 8400억을 들여 청라 투자유치 용지 약 11만9천㎡에 영화·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미디어 센터, 세계문화거리 및 업무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인천 곳곳에 있는 주목받는 촬영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가능성 있는 공간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그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방법일 것이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공간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관심과 투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