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속히 공수처·중대재해법 완수하라
▲ 弊/ (폐)는 양반 옷이 발에 걸려 땅에 꼬꾸라진 후 옷이 해진 모습이다. /그림=소헌

“양반 나오신다! 양반이라 하니 노론_소론_이조_호조_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낸 퇴로재상으로 계신 양반兩班인 줄 알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 봉산탈춤 中. 말뚝이가 양반을 소개하면서 개잘량(방석처럼 깔고 앉으려고 털이 붙어 있는 채로 손질해 만든 개가죽)의 ‘양’자와 개다리소반의 ‘반’자를 양반으로 돌려놓고 조롱한다. 말을 부리는 양반의 하인을 가리키는 말뚝이는 기존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요구하는 민중의식을 보여주는데,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역사발전과 맥을 함께한다. 탈춤에서 양반은 부정적이고 재앙으로 간주되는 존재다.

신흥 무인세력과 신진사대부들은 대부분 성리학을 신봉하는 학자들로서 조선을 건국한 후 주요 관직을 차지한다. 이들을 양반(문반/무반)이라 불렀다. 그들은 교육_과거응시_군역의 특권을 누렸고 무한한 토지와 노비를 소유하였으니, 양반은 관직이라기보다 지배계급을 뜻하게 되었다. 임진왜란을 겪는 동안 국가재정은 무너져 내렸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군공軍功을 세우거나(공명첩) 곡식을 바친(납속첩) 천민에게도 관직과 품계를 주어 행세할 수 있게 하였으니, 초기 7%였던 양반은 후기에는 70%까지 치솟는다.

반심종자(半心種子) 가난한 양반 씨나락 주무르듯 한다. 털어먹자니 앞날이 걱정스럽고 그냥 두자니 당장에 굶는 일이 걱정되어 볍씨만 한없이 주무르고 있다는 4자속담이다. 어떤 일에 닥쳐 우물쭈물하기만 하면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처지를 나타낸다.

 

積 적 [쌓다 / 많다]

①責(꾸짖을 책)은 돈을 빌린 전주(主주)에게 돈(貝패)을 갚지 않자 주인이 책임(責任)지라며 나무라는 것이다. ②責(빚질 채)는 머슴이 받는 새경만 가지고는 부족해서 별도로 주인(主)에게 돈(貝패)을 빚지는 것이다. 나중에는 債(빚 채)를 새로 만들었다. ③積(쌓을 적)은 농부가 벼(禾화)를 추수하여 빚(責채)을 갚기 위해 먹지도 못하고 쌓아 놓은 모습이며, 지주(地主)가 소작농에게 빌린 쌀(禾화)을 갚으라고 꾸짖은(責책) 후에 그것을 가져와서 쌓아둔 모습이기도 하다.

 

弊 폐 [해지다 / 넘어지다 / 폐단]

①弊(폐)는 양반의 지위를 사고파는 데서 벌어지는 해학과 풍자를 담은 글자다. 뇌물로 양반신분을 산 쌍놈이 거추장스런 옷을 입고 걷다가 발에 걸려서 땅에 꼬꾸라진 후 옷이 해진 모습이다. ②수건(巾건)이나 옷이 사방(_.八)으로 늘어나면 _(해진 옷 폐)가 된다. ③해진 옷(_폐)을 또 다듬이 방망이로 치면(_복) _(해질 폐)로 변한다. ④옷을 해지게(_폐) 하려고 두 손(_공)에 방망이를 들고 두드려 패니 얼마나 해지겠는가?(弊폐) ⑤폐단(弊端)은 어떤 행동이 나쁘거나 해로운 것으로서, 관리들이 마치 비단(幣폐) 같은 뇌물을 받아 챙겨 사익의 끝(端단)을 넓히는 것이다. ⑥弊(폐)는 _(넘어질 폐)와 바꿔 쓸 수 있다. 배고픈 개(犬견)가 지쳐서 자빠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⑦폐단으로 가득 찬 사람이나 조직의 끝은 죽음(死사)이다. 斃(넘어져 죽을 폐)가 암시한다.

적폐는 오래 쌓여 뿌리박힌 폐단이다. 대통령에게 지지율 85%를 밀어주고 여당에게 180석을 몰아준 인민의 뜻은 적폐청산이다. 제한된 소수가 권력과 재력을 누리고 특권을 세습하며 양반행세를 하고 있다. 하루속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완결하고, 노동자가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완수하라. 언제까지 ‘양반 파립 쓰고 똥 싸도록’ 할 것인가?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