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근대건축물을 보존·활용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문화유산으로서 지니는 가치를 따져 볼 때,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물론 대부분 일제 강점기 침탈과 관련된 건물이지만, 거기엔 우리의 땀·아픔·희생 등이 서려 있어 의미를 더한다.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그래서 긴요하다. 어처구니 없이 사라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제라도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목록은 지금 서류로만 남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차례 되풀이된 실태조사는 그때뿐이다. 말로만이고 실제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등록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대건축물은 잇따라 철거되는 수난을 당한다. 2012년 허물어 버린 '조일양조장', 2017년 시민 반대에도 철거를 강행한 '애경사' 비누공장, 인천 근대문화유산에 포함됐는데도 지난 3월 없어진 부평 '일본인 식당' 건물 등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이 남긴 '교훈'을 잊은 채로 말이다.

그런 반면에 근대건축물을 되살린 곳도 있어 주목된다. 일제 강점기 선구점이던 '이케마츠 상점'(중구 항동5가)을 활용한 인천건축사회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인천건축사회관은 옛것을 다시 구조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도시재생과 원도심 활성화 등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층은 사무처와 북카페, 2층은 회의실과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신축보다 복잡한 과정, 그에 못지않은 비용을 감수했다고 한다. 지역사회가 근대건축물 가치를 들여다보게 했다는 분석이다. 작업 과정에서의 역사적 고증은 개항장 한복판 건물의 연원을 밝히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인천건축사회관은 올해 '인천시 건축상' 대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우리가 근대건축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어쩌면 간단하다. 아무리 일제시대에 이뤄졌다고 해도,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억해내기 위함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하지 않나. 인천의 근대건축물 중 상당수는 인천상륙적전으로 파괴됐지만, 일부는 용케도 전쟁을 피해 살아 남아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근대건축물이 생명력을 얻어 지역의 역사문화를 일깨울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 미래지향적인 인천의 정체성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