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되면서 수도권 시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피폐하기 이를 데 없다. 다 고통스럽고 힘겨운 중에도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금주에도 사람들이 빠져나간 도심을 가득 채운 건 영세상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세상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자본주의는 민낯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일상에 충격이 가해지고 변화가 시작되면서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로부터 먼저 공격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세상에서 이들의 삶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안전한 곳이라곤 없다. 이들의 삶은 교육과 주거, 의료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부터 워낙 멀다. 이른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의료공백 상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의료원 병상마저 코로나 확진자들에게 내주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다는 보고다.

지난주 다산인권센터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이 주도한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이들 취약계층의 힘겨운 사투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값비싼 민간병원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로 공공병원을 이용했던 기초생활수급자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환자, 이주노동자 등이다.

일터에서 작업 중 엄지손가락에 상처를 입어 긴급봉합수술이 필요했던 HIV 감염인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데만 1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심장통증으로 고생하던 이주노동자는 입원을 거절한 병원에서 먼저 코로나 검사를 요구해 기숙사에서 결과를 기다리다 끝내 사망했다. 보고서에는 여러 사례로 고통을 겪은 환자 10여명의 심층 인터뷰가 실려 있다. 모두 공공병원에만 의존해 왔던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공공의료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들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방치해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대답이 공공병원의 확충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수치는 현재 10.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평균 71.4%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