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신한물산(주) 대표_인하대 초빙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따른 북미 관계 변화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개성공단 재개 여부가 주목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즉각 호의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선거전에서도 예상된 바 있다. 개성공단 재개 논의를 하더라도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고 산적해 있는 우선순위 정책부터 들여다보게 되면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재가동의 좋은 신호도 기대된다.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개성공단 활성화가 미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바이든이, 매사에 조건을 달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 트럼프보다 나을 거란 이유에서다.

본인이 결정하고 이행을 지시하는 '톱다운' 방식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보텀업' 스타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실무선에서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설득을 하면 상황이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북핵 능력 감축을 조건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여지를 열어 놓았고, 대북 제재에 강온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북에게 미래 비전 필요성을 언급했기에 어떤 점에서는 유연한 접근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최근 주요 외교, 안보 인사를 대북강경파로 지명함으로써 향후 한미 대북공조에 먹구름이 덮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각각 차기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다. 특히 블링큰 국무장관 지명자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접근법을 비판해 왔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북한의 빈말을 믿고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면서 이란 핵 합의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이란식 해법으로 풀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북한은 이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재를 강화하면 오히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점이 미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후순위로 마냥 방치할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2018. 9.18~20)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특별수행원 경제인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남북경협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특별수행원이었던 필자도 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통상 통일부장관은 남북경협 관련 기업들과 취임 후나 주요 이슈가 있을 때 만남이 있었기에 이번 대기업 경영인과 공기업 등과의 회동이 이례적이라고 생각됐다.

이 장관은 국회 외통위원으로 다년간 활동했다. 또 국회 남북경협특별위원장으로도 활동해서인지 경협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견인하고 통일부가 경협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 행정부의 정권교체를 앞둔 현 시점을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화의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면서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경제계 인사들의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간담회 배경을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남북관계 발전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인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자면서 정례적인 만남을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이 장관이 남북관계 복원 방안으로 기업인을 만나 경제협력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은 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이행을 앞세워 제동을 걸고 나왔다. 거기에다 국내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이 장관 때리기에 가세해 이제는 대기업까지 불러내 경협을 채근하고 허상 속 남북관계에 대해 지극히 편의적인 낙관론을 내세우고 있다며 평가절하 했다. 남북경협 30년사를 들여다보면 정권마다 여러 부침이 있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이 장관의 행보에 결기는 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 일부 우려가 나왔다고 본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작은 교역부터 시작해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는 것이 첩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