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노사가 지난 25일 2020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으나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될지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현장 일각에선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지엠 5개 현장 노동자 조직 모두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반대와 부결 입장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는 2020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30일∼1일 이틀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7월 22일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으나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한 채 4개월 간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잠정 합의안이 나온 25일까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5일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지난달 23일부터 잔업과 특근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지엠 본사는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제기하는 등 갈등이 심화됐으나 임단협을 잠정합의함에 따라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잠정합의안에서 노사는 회사 측이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성과급 300만원과 코로나 특별 격려금 100만원 등 총 400만원을 지급하며 부평2공장의 생산 일정을 최대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간 입장 차이가 컸던 임금협상 주기 2년안은 철회됐다.
또 합의안에는 "회사는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생산체제와 제로 배출·충돌·혼잡을 향한 미래 비전의 일원으로 중요한 생산 거점임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철수설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에 대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현장 노동자 조직에선 굴욕적인 합의라며 부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이틀후 한국지엠지부 한 현장조직에선 "잠정합의안은 3년 간 임금동결, 부평2공장 창원 물류와 제주 부품 폐쇄, 창원 엔진공장 폐쇄. 손배가업류 미해결, 부당 징계자 및 비정규직 해결 등 주요 내용 중 단 한 가지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체협약도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와 연결된 연 1700만원 실질 임금 삭감 문제도 2년 후로 교섭이 넘어가 총 4년에 걸쳐 6800만원의 임금이 사라지게 됐으나, 카젬 사장과 임원들의 임금 인상과 수천만원의 성과금은 유효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도 "이번 임단협에서 노동조합이 보여준 투쟁 과정과 교섭 결과는 실망을 넘어 충격적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심을 무너뜨리고 노동조합의 자존심마저 저당잡힌 비굴한 안이다"며 "노동조합의 자존심마저 날려버린 굴욕적인 잠정합의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잠정합의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불거져나오는 것은 우선 합의안이 조합의 당초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 400%+600만원 ▲라인수당(TC수당) 4만3000원×500% ▲단협 130여 조항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잠정합의안에서 기본급의 경우 호봉승급분만 반영되었을 뿐 요구 조건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과급도 400만원에 합의해 요구안에 20% 수준에 그쳤다. 라인수당도 현행 4만3000원에서 1만원만 올라 당초 요구안 4.5%에 그쳤다.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 약속을 받지 못했다.
특히 한국지엠지부 현장 노동자 조직들과 상당수 조합원들은 이번 잠정합의안에 2년 뒤 부평2공장 운영 약속이 빠져있는 것에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 즉 부평2공장 운영과 관련한 확답을 받지 못해 자칫 2년 뒤에 부평2공장이 폐쇄될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 등 고용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2001년 대규모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과 2018년 부도 위기설에 이은 구조조정 및 군산 공장 폐쇄 조치로 수천 명이 실직하는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단협에서 부평2공장 운영 등 미래발전계획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요구사항이었다.
한국지엠 현장 노동자 조직과 상당수 조합원들이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 팽배한 가운데 30일∼1일 이틀간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 조합원은 "현장 5개 조직은 모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무지회와 정비지회쪽도 반대 입장이 크다. 다만 창원공장 쪽은 2023년도부터 C-CUV(크로스오버) 차량 생산 기대감으로 반대 입장이 강한 것 같지는 않다"며 "잠정합의안 가결여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며, 투표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나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든 근사치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경제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고비를 넘기고 봉합될지 아니면 지속될지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의 조합원 찬반 투표로 결론이 나게 됐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부장급 이상만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한국지엠 전체 직원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경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 GM본사와 카젬 사장 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지엠 회사측은 당초 계획대로 GM의 글로벌차량개발계획에 따라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신규 SUV와 C-CUV(크로스오버) 차량을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내년부터 부평 공장에 2100억원 규모의 생산시설, 장비, 금형 등에 대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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