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한국GM) 전경 /사진출처= 인천일보DB

한국지엠(GM) 노사가 지난 25일 2020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으나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될지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현장 일각에선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지엠 5개 현장 노동자 조직 모두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반대와 부결 입장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는 2020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30일∼1일 이틀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7월 22일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으나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한 채 4개월 간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잠정 합의안이 나온 25일까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5일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지난달 23일부터 잔업과 특근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지엠 본사는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제기하는 등 갈등이 심화됐으나 임단협을 잠정합의함에 따라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잠정합의안에서 노사는 회사 측이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성과급 300만원과 코로나 특별 격려금 100만원 등 총 400만원을 지급하며 부평2공장의 생산 일정을 최대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간 입장 차이가 컸던 임금협상 주기 2년안은 철회됐다.

또 합의안에는 "회사는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생산체제와 제로 배출·충돌·혼잡을 향한 미래 비전의 일원으로 중요한 생산 거점임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철수설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  한국지엠 현장 조직 특별 소식지 /자료출처= 독자제공
▲  한국지엠 현장 조직 특별 소식지 /자료출처= 독자제공

그러나 이 같은 합의에 대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현장 노동자 조직에선 굴욕적인 합의라며 부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이틀후 한국지엠지부 한 현장조직에선 "잠정합의안은 3년 간 임금동결, 부평2공장 창원 물류와 제주 부품 폐쇄, 창원 엔진공장 폐쇄. 손배가업류 미해결, 부당 징계자 및 비정규직 해결 등 주요 내용 중 단 한 가지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체협약도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와 연결된 연 1700만원 실질 임금 삭감 문제도 2년 후로 교섭이 넘어가 총 4년에 걸쳐 6800만원의 임금이 사라지게 됐으나, 카젬 사장과 임원들의 임금 인상과 수천만원의 성과금은 유효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도 "이번 임단협에서 노동조합이 보여준 투쟁 과정과 교섭 결과는 실망을 넘어 충격적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심을 무너뜨리고 노동조합의 자존심마저 저당잡힌 비굴한 안이다"며 "노동조합의 자존심마저 날려버린 굴욕적인 잠정합의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지엠 2020 임단협 잠정합의안 /자료출처= 독자제공

이처럼 잠정합의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불거져나오는 것은 우선 합의안이 조합의 당초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 400%+600만원 ▲라인수당(TC수당) 4만3000원×500% ▲단협 130여 조항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잠정합의안에서 기본급의 경우 호봉승급분만 반영되었을 뿐 요구 조건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과급도 400만원에 합의해 요구안에 20% 수준에 그쳤다. 라인수당도 현행 4만3000원에서 1만원만 올라 당초 요구안 4.5%에 그쳤다.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 약속을 받지 못했다.

특히 한국지엠지부 현장 노동자 조직들과 상당수 조합원들은 이번 잠정합의안에 2년 뒤 부평2공장 운영 약속이 빠져있는 것에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 즉 부평2공장 운영과 관련한 확답을 받지 못해 자칫 2년 뒤에 부평2공장이 폐쇄될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 등 고용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2001년 대규모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과 2018년 부도 위기설에 이은 구조조정 및 군산 공장 폐쇄 조치로 수천 명이 실직하는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단협에서 부평2공장 운영 등 미래발전계획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요구사항이었다.

한국지엠 현장 노동자 조직과 상당수 조합원들이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 팽배한 가운데 30일∼1일 이틀간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 조합원은 "현장 5개 조직은 모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무지회와 정비지회쪽도 반대 입장이 크다. 다만 창원공장 쪽은 2023년도부터 C-CUV(크로스오버) 차량 생산 기대감으로 반대 입장이 강한 것 같지는 않다"며 "잠정합의안 가결여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며, 투표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나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든 근사치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경제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고비를 넘기고 봉합될지 아니면 지속될지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의 조합원 찬반 투표로 결론이 나게 됐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부장급 이상만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한국지엠 전체 직원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경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 GM본사와 카젬 사장 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지엠 회사측은 당초 계획대로 GM의 글로벌차량개발계획에 따라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신규 SUV와 C-CUV(크로스오버) 차량을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내년부터 부평 공장에 2100억원 규모의 생산시설, 장비, 금형 등에 대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