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소금창고…다른 운명

소래염전 소금 보관 창고 7곳 중 3개 생존…그나마 1곳은 붕괴위험
시흥 갯골생태공원 내 창고는 전시관으로 탈바꿈…염전 역사 기록
경기도, 주민과 결합한 '에코뮤지엄'으로 유산 발굴·보존 구조 마련
▲ 경기만 에코뮤지엄 거점 공간인 시흥 갯골생태공원 소금창고(사진 위)와 안산 옛 대부면사무소.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 경기만 에코뮤지엄 거점 공간인 시흥 갯골생태공원 소금창고(사진 위)와 안산 옛 대부면사무소.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 안 갈대숲에는 지붕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소래염전에서 생산됐던 소금을 보관한 창고 지붕이었다. 덮고 있어야 할 소금창고 건물에서 20~30m 떨어져 나뒹굴던 지붕은 곳곳이 부서져 이미 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인천대공원사업소는 공원 안에 있던 7개 소금창고 가운데 4개가 이미 주저앉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3개 창고 중 2개만 소금창고로 활용하고 있고, 나머지 1개 역시 붕괴 위험이 있어 새로 짓고 있다.

소금창고는 1940~50년대 지어진 근대건축물이다. 하지만 2016년 인천시가 군·구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인천근대문화유산' 210개 목록에는 빠져 있다.

소래염전을 끼고 있던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에도 소금창고가 있다. 시흥은 인천과 달리 근대건축물인 소금창고를 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이 전시관에는 소래·군자염전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물로 가득하다. 또 전시관에는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처음 오는 방문객들도 염전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재령 전시관 문화해설사는 “소금창고는 부분적인 보수만 하고 뼈대로 쓰는 나무는 처음 만들어진 당시 그대로의 상태”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평일 100명, 주말 300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시흥 소금창고는 지난 2007년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소유주에 의해 기습 철거되는 곡절을 겪었다. 40개 가운데 옛 염전 소금창고는 2개만 남았지만, 경기도와 시흥시,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을 벌이면서 시흥지역 거점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에코뮤지엄은 생태·주거환경을 뜻하는 '에코(Eco)'라는 단어에 박물관(뮤지엄)을 더한 개념이다. 전통적인 박물관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와 결합한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주민이 지역 유산을 발굴·유지하고, 공동체 활동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생명·평화·순환·재생을 핵심 가치로 삼은 경기만 에코뮤지엄은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면서 시민·전문가·행정이 협의체로 손잡은 구조를 띤다. 소금창고를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는 시흥처럼 안산에선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27호인 옛 대부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에코뮤지엄 사업이 벌어진다. 1934년 건립된 한옥이 주민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경기만 에코뮤지엄처럼 근대건축물은 지역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시 '서울미래유산', 부산시 '근대건조물'은 지자체가 지정·등록문화재가 아닌 근대건축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사례다. ▶관련기사 3면

2018년 '배다리 도시학교'를 시작으로 올해 '어느 여성 노동자의 길'까지 지난 3년간 민간 차원의 '인천 에코뮤지엄 플랜'을 진행해온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바다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되짚어보면서 에코뮤지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면서도 “경기만 사례와 달리 행정 측면에서 관심이 부재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조직이 갖춰지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순민·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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