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관공서 건물들이 많은 그르넬거리에 위치해 있다. 1973년 빌리에 거리의 협소한 곳에서 외무부가 있는 께돌세대로와도 가까운 옛 귀족의 저택으로 이전하면서 마구간으로 쓰던 본관 입구의 건물을 개조하려 했으나 파리시의 '바티망(건물) 드 프랑스'에서는 원형을 보존하는 조건으로 내부개조만을 허용했다. 프랑스와 파리시에서 원형을 보존해야 할 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2012년 남프랑스의 뚜렛트에 있는 작고하신 어머님(李聖子 화백)의 화실외벽을 엷은 라벤더색으로 칠하기 위해 시청 건축과에 신청서를 접수시킨 적이 있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시청에서는 라벤더색으로 외벽을 칠하는 것은 남프랑스 건물색채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원래대로 백색을 사용하라는 통보였다. 시청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뚜렛트가 속해있는 알프 마리팀주의 '바티망 드 프랑스'의 최종 결정이라고 했다. ▶1840년에 창립된 '바티망 드 프랑스(BDF)'는 프랑스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파악하고 보존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점차 활동영역이 넓어지며 건축허가와 도시계획 그리고 환경보호까지 담당하는 부서로 확대되었다. 1907년에는 문화부 소속이 되어 전국 98개의 도청소재지에 지부를 두고 역사적인 문화재급 건물들을 관리하고 보존하며 건축허가와 도시계획 전문가들까지 포진하는 권위있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BDF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아름답고 역사적인 프랑스를 만들고 지키는데 BDF에서 일하는 건축가들과 전문가들을 존중한다. ▶인천에는 개항 이후 생성된 근대건축문화유산과 강화를 위시하여 계양, 부평, 남동, 연수구에 산재해 있는 전통문화재와 유산들이 혼재해 있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중심이었던 중구와 동구에 잔존해 있던 개항초기와 일제강점기시대의 건축물들 중에서 현존하고 있는 서양식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최근까지도 건축학적이나 역사적으로 체계적이고 전문가적인 조사와 보존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 조사활동은 현지주민들의 참여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고 보존을 위한 예산도 광역시와 구청간의 명확한 분담원칙이 없었다. 부평의 캠프 마켓 내의 잔존건물도 일제 착취의 상징이라는 관념적 틀에서 벗어나 보다 냉철하고 건축학적 의미에 따른 판단이 아쉽다. ▶개항장 중심가에 있는 인천우체국 건물도 우편업무 취급이 불가능하다고 신흥동 정석빌딩의 한 모퉁이로 이전한 후 텅 빈 건물로 방치된지 2년이 지나고 있다. 중구와 동구를 아우르는 우체국이라고 중동우체국으로 불리는 인천 구도심의 우체국은 사람도 다니지 않는 곳의 외따른 빌딩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등록유형문화재인 건물이 계속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오늘날 인천의 문화재 관리 의욕과 수준 그리고 전문성에 낯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