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전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

코로나19로 움직이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연히 짜증이 나면서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밤새 잠 못 이루고 잠자리를 뒤척인다고 한다. 어쩌다 전화벨이 울려 안부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엔 너무 반갑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 번에 만나자는 끝맺음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 말 못할 울분과 불만이 가슴에 가득 쌓인 것이 느껴져 속시원히 한번 풀었으면 한다.

평생 몸 담았던 교육 현장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학생을 위한 교육인지, 정치를 위한 교육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예전에 다른 나라 교육 현장과 우리나라의 그것을 비교한 뒤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나라를 둘러보면서 공항에 나갈 일이 잦았다.

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보며 특히 밤늦게 발걸음하면서 '바로 이것이 한국의 맥박이구나' 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슴이 설레고 자랑스러웠다. 그때 필자는 면세점에서 물건을 샀던 것이 아니라 그 곳 점원들이 그 많은 손님들에게 한결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을 발전시키는 한 면이란 생각을 했고, 현장 교육에서부터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처음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러시아나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옛 생활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역 박물관이나 유물관을 찾아갔을 때 관광객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석마다 의자에 앉아있는 직원들을 보며 처음엔 안내해설사 쯤으로 알았으나 안내해설사는 별도로 있고, 그 분들은 단지 자리 지킴이로 존재한다는 것을 들었다. 이것이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감이 잡힌다. 1980년대 학력고사 시절엔 100만명의 수험생이 있었으나 지금은 수험생이 60만명 미만이다. 초등·중학생은 해마다 10만명 가까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매년 선생님 수는 늘고 있으며 많은 학생이 학교보다는 사설학원 등에서 학력 향상을 위해 밤늦도록 시달리고 있다. 물론 코로나19가 학교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만은 틀림없다.

관습적으로 변하지 않던 교육 현장에 변화를 가져온 코로나19가 교육혁명의 주체로서, 이제까지의 학교 교육이 가르치는 교육(Teaching)에서 학생 스스로 배우기 교육(Learning)으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점차 저출산에 따라 학령 학생이 더욱 줄어들면서 온라인 수업에서 온-오프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학교별로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구분하고, 온라인 교육을 보완하는 오프라인 학습을 각 교과목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을 위한 충분한 교육이 선행돼야 비로소 학교가 학생들의 학력과 인성 교육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교육행정기관과 학교는 온라인 학습을 학생이 보는 시각에서 평가하고 분석해 학생들 발달 단계와 교과목별 특성에 따라 나누며 열심히 교재 연구를 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에게 더 많은 자율과 책임을 준다면 학교 현장이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현장에 있는 교육수요자와 학생 교육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