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남동구 논현동의 소래(蘇萊) 지역은 주안과 함께 천일염전으로 유명했다. 1960년대 말 사라진 주안염전과 달리, 1980년대까지 그 끝자락을 부여잡고 명맥을 유지했다. 일제는 1937년 수원∼인천 간 협궤철도(수인선)를 부설하고 소래역을 만들었다. 천일염을 수탈하려는 목적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소싯적에 그저 '낭만'을 즐기려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 지역을 오갔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소래염전을 폐쇄(1996년)한 자리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조성해 찾는 이들에게 역사적인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소래는 포구 덕분에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1974년 인천내항 준공 이후 새우잡이 소형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소래로 포구를 옮기면서 '새우파시'로 거듭났다. 그리고 수도권 내 대표적 재래어항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수도권 어디서나 쉽게 접근해 새우와 꽃게 등 각종 신선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이제 수도권에선 소래포구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소래포구 어시장엔 한때 연평균 300만여명의 소비자와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렇게 잘 나가자, 남동구청과 소래포구축제추진위원회는 2001년부터 '소래포구 축제'를 열기도 했다.

'수도권 명소'로 부르기에 지나치지 않은 소래포구. 하지만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면서, 바가지 상술도 판을 쳤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세상에 그런 부정적 행위는 금방 퍼져 나갔다.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남동구와 상인회에 '비상'이 걸렸다. 아무리 수도권 접근성이 훌륭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좋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론 안 된다고 인식했다. 개선을 위해 상인교육은 물론 공영주차장 확대와 새우타워 건설, 각종 행사 기획을 통해 관광객 증가를 노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7년 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상인들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남동구와 상인들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불이 난 김에 '소래포구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그 재건 사업은 공정률 90%를 넘기고, 12월 재개장을 목표로 삼아 공사를 한창 벌인다. 현대화 사업 완료 시기가 다가오자, 남동구는 소래포구 어시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상인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시 소래포구 명소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어시장 재개장에 앞서 무허가 영업과 불법 호객행위, 비위생적 식품 취급 등 고질적 문제였던 민원사항을 근절하는 취지로 교육은 마련됐다.

상인들은 화재 이후 3년 넘게 장사를 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선 시장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곳인지를 깨달았으리라. 그동안 지적을 받은 문제들은 앞으론 절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고 친절하게 맞이하는 행동은 '상도의'이기도 하다. 소래포구 이미지 개선을 위해 뼈를 깎는 상인들의 노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