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골프클럽 업체 랭스필드 양정무 대표]


시장에 일본산 판치자…국산골프채 제작 위해 퇴사
1991년 출시 후 일제 뛰어넘으려 해외로 동분서주
불매운동 확산땐 보상판매 해주며 국산화에 사활
3%의 현 국내시장 점유율 50%까지 끌어 올릴 것
▲ 양정무 랭스필드 대표는 일본 제품이 싫어 국내산 토종 골프채를 만든 후 29년째 일본 업체와 홀로 싸우고 있다.
국내 골프 활동 인구가 640만명 달하는 등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골프 관련 용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에선 골퍼들이 외국산을 더 선호한다. 대부분 일본 제품이다. 일본클럽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70%, 약 1조원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브랜드의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29년째 국산 골프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1991년 설립한 국내 유일의 골프클럽 전문업체인 랭스필드㈜(포천시 소재)의 양정무(61) 대표다. 단순히 골프채에 원산지(Made in Korea) 표시만 한 게 아니다. 그립과 샤프트에 태극 문양을 넣을 정도로 애국심이 강하다.

양 대표가 랭스필드를 창업한 데는 독특한 사연이 있다.그는 지난 1990년 8월쯤 골프채를 사려고 서울의 한 유명백화점을 찾았다. 매장 직원한테 “국내산 골프채를 보여달라”고 하자, 직원은 일본산 제품을 보여줬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집에 와서도 화가 나 잠을 못 이뤘다.

그는 다음 날 '타도 일본'을 외치며, 국내산 골프채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니던 회사(신문사)를 그만뒀다. 창업 이듬해 국내 최초의 골프채를 출시했다. 하지만 일본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그는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을 돌며 판로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40여 개국에 100만 세트를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런 노력으로 1999년과 2001년엔 골프채 국산화 공로를 인정받아 무역대상,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2005년엔 부산 APEC 골프대회 공식클럽으로 선정돼 20개국에서 랭스필드 제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골퍼들의 일본산 선호도는 줄지 않았다. 이에 양 대표는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할 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보상판매를 해줬다. 사용하던 일본산을 포함해 외국산 클럽을 가져오면 172만원인 랭스필드 풀세트를 50만원 정도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심지어 보상 판매한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3개월 내 100% 환불조치도 시행했다. 이렇게 그는 29년째 일본 업체들과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양정무 대표는 “국내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대기업도 골프채 시장을 두들겼다가 철수했다”며 “랭스필드는 29년간 일본클럽과 힘겹게 싸우며 버텨왔다.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국내에서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만큼 토종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판매를 통해 국산 골프채가 일본산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2030년까지 국산 골프채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