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대 연구진, 북미영상의학회 총회에 보고서
▲ 북미영상의학회 제공

파킨슨병은 장기간에 걸쳐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소실돼 생기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지만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은 고사하고 발병 시기를 정확히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손발 떨림, 근육 경직, 신체 균형감 상실 등의 가시적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신경세포의 손상이 깊어져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플로리다대 과학자들이 망막의 두께와 미세혈관 구조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파킨슨병을 찾아내는 조기 진단법을 개발했다.

이 대학 연구진은 오는 29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북미영상의학회(RSNA) 연차 총회에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1915년 설립된 RSNA엔 전 세계 방사선 전문의, 의료 물리학자 등 전문가 5만4천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2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미리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신경 세포의 퇴화로 망막의 두께가 얇아진다.

연구팀은 SVM(support vector machine)이라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파킨슨병 환자의 망막 이미지에서 일반인과 다른 발병 징후를 찾아내게 훈련했다.

그랬더니 망막의 미세혈관이 작아지는 특징 등을 토대로 발병 이전의 파킨슨병 환자를 가려냈다.

이 결과는 뇌의 생리학적 변화를 눈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막시밀리안 디아즈 생체의학 공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초적인 안구 사진을 갖고 뇌 질환을 진단한다는 것"이라면서 "여러 개의 뇌 사진을 봐야 하는 종전의 방법과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MRI 또는 CT 촬영과 핵의학 기술이 필요한 기존 진단법은 절차가 복잡한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이 진단법은 흔한 안과 장비로 1분 안에 촬영할 수 있는 기초적인 안구 사진을 쓰기 때문에 아주 간편하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고 한다.

특수 렌즈만 갖추면 개인용 스마트폰으로도 이 정도 안구 촬영은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디아즈 연구원은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매년 검진하면 더 많은 파킨슨병 환자를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병을 치료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문섭 기자 chlanstjq9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