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일부 지자체들이 국제대회 유치 등을 내걸고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종합운동장이 시민들에게는 있으나마나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또 다시 매년 수십억원씩의 세금을 퍼부어야 해서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나 관련 인프라 확충 여부도 따져보지 않고 '일단 짓고 보자'식으로 강행했던 결과다.

용인시는 2008년 처인구 삼가동 22만7000㎡에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갖춘 종합운동장 건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경전철 등으로 이미 예산이 거덜난 상태에서 3000억원에 이르는 종합경기장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였다. 당시 용인시는 애써 유치했던 2013년 도민체전까지 반납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었다. 완공 목표도 2010년 착공에 들어간 이후 2013년, 2015년, 2018년으로 세차례나 연기됐다.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데도 재정조달 능력, 자체수입금 확보 능력 등에서 자격미달인 상태였다. 사업비 부족으로 보조경기장, 볼링장 등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국제대회만을 위한 종합운동장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화성시의 종합운동장 사업도 마찬가지다. 2008년 향남읍에 2370억원을 들여 3만5000석 규모의 종합운동장 및 보조경기장을 짓는 매머드급 사업에 착수했으나 전액 시비투자로 결정되면서 재정 여건만 악화시켰다. 화성시도 용인시와 마찬가지로 2012년 확정된 도민체전을 반납해야 할 지경이었다. 화성 종합운동장의 입지도 교통편의 등이 떨어지면서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개최 장소의 지리적 적정성이나 주변 숙박시설 보유 현황 등에서 타 도시와 경합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정부 지원만 기대하면서 힘에 부치는 대규모 공공시설을 확충할 때가 아니다. 체육시설 뿐 아니라 대규모 공연장 등 문화시설도 마찬가지다. 복지비 지출 확대로 지자체 재정은 한계에 달해 있다. 초기 투자금액도 아깝지만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앞으로 기약도 없이 지출해야 할 유지관리 예산은 또 어떡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