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인천은 '매립'을 통해 발전한 도시다. 매립으로 땅을 넓히고, 그 안에서 삶을 이어 왔다. 한적한 포구였다가 개항(1883년) 이후 여기저기 바닷가를 메워나가면서 생활의 영역도 확대했다. 개항 후 일제는 인천 해안을 매립해 인천항과 그 주변 토대를 구축했다. 순전히 그들의 야욕과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인천은 그렇게 해서 발전을 거듭했다. 오늘날에도 '간척'을 통해 우뚝 솟아오른 게 있으니,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가 대표적이다. 바다는 물론 주로 갯벌을 메워 건설했다. 요즘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면엔 수많은 생명의 '눈물'을 담보로 삼았다는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들며 펼쳐지는 곳이다. 밀물 때면 잠겼다가, 썰물 때면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여기에 강에서 흘러나온 흙과 모래 등 온갖 영양분이 바다 밑바닥에 쌓인다. 그런데 이 갯벌을 메우는 간척사업은 당장 인간에게 도움을 주어도, 각종 생명체를 죽이므로 종국엔 이롭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갯벌이 사라지면 생태계 변화로 인한 오염의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엔 세계적으로 갯벌에 생태공원이나 체험학습장을 세우며 소중히 가꾼다.

송도갯벌(연수구 송도동)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어패류가 흔했다. 그만큼 청정해역이어서 어민들에겐 삶의 터전으로 이어나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전쟁 때 피란한 이들이 송도 쪽에 정착했다면, 먹고사는 데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정도였다고 한다. 송도 지역 어촌계에선 양식장을 조성해 백합과 가무락 등을 키웠다. 갯벌과 바다에서 잡힌 질 좋은 조개와 꽃게 등을 자랑했다. 지인들과 함께 그 무렵만 해도 좀 먼 송도를 찾아, 조개탕과 꽃게탕 등을 즐겼던 기억이 새롭다.

이랬던 송도갯벌은 1994년 시작된 '송도해상신도시' 개발로 매립과 파괴를 가속화했다. 대부분 갯벌을 매립해 국제도시가 들어섰고, 지금도 건설에 한창이다. 매립 규모는 초기엔 17.7㎢였으나, 2002년 송도신도시의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함께 무려 53.5㎢로 확대됐다. 2008년엔 매립되지 않았던 11공구 등의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철새 도래지·번식지로서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인천시가 송도갯벌을 2009년 12월 습지보호지역 제1호로 지정했다. 이어 2014년 7월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곳은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말똥가리·알락꼬리마도요 등 동아시아 철새의 번식지이자 이동 경로이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이 지난 5~6일 송도컨벤시아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강·임진강·예성강 물줄기가 닿은 인천갯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서다. 학술대회 화제는 단연 희귀·멸종 야생조류 서식지인 송도습지 보호구역. 이런 행사들이 갯벌 훼손을 감시하는 데엔 적합하다. 그런데도 “좀더 일찍 나서 개발논리에 맞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이상 우리 생명의 근원인 바다와 갯벌을 망가트리지 않고, 후대와 함께 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