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녹청자박물관은 인천 서구 경서동 녹청자도요지(1970년 6월8일 국가사적 제211호 지정) 사료관에서 출발한다. 2002년 사료관으로 문을 열고, 10년이 지난 2012년 1종 전문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출토 녹청자에 대한 학술자료 조사와 연구 등을 벌이는 국내 유일의 녹청자 전문 박물관이다. 녹청자는 고려시대 도자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1960년대 중반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천시립박물관이 이 녹청자 터를 발견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녹청자'란 무엇일까. 일반 시민들에겐 다소 생소할 듯하다. 녹청자는 거친 태토(胎土) 위에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운 청자를 말한다. 매끈하고 화려한 고급 청자에 비해 좀 거칠고 투박하다. 보통 고려시대 도자기를 생각하면, 화려하고 정교한 멋이 살아 있는 상감청자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녹청자는 그와 다른 느낌을 준다. 뭐랄까. 높은 수준의 기술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정밀한 예술품이라기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짧은 시간 안에 만든 생활용품처럼 보인다. 서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대접·접시·병·그릇·항아리 등을 만들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였다고 여겨진다.

지금부터 1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려시대의 유물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 녹청자박물관이다. 여기선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처음엔 단순히 흙으로 빚은 빗살무늬토기로 시작해 시대가 흐를수록 모양도 다양해지고 기술 발전을 이루는 도자기 변천상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녹청자를 굽던 흔적도 여러 갈래로 남아 있어 이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옛 동네 이름을 '사금마을'로 기억하는 주민들은 “지금은 밭으로 변한 도요지 터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제대로 운영을 못하지만, 녹청자박물관에선 각종 전시는 물론 다양한 도자기 제작 체험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를 끈다. 박물관을 그저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만지면서 참여하는 등 일상 속 즐거운 배움을 함께한다. 다른 박물관에선 엄두를 잘 내지 못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녹청자박물관의 재발견인 셈이다.

녹청자박물관이 얼마 전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제에서 인천지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눈길을 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평가인증제는 박물관 운영 성과와 문화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2년에 한번 실시한다. 녹청자박물관은 제도 시행 이후 2회 연속 선정됐다. 인천에선 12곳의 공립박물관 중 9곳이 선정됐는데, 녹청자박물관은 최고점을 받아 지역 최우수 인증기관에도 뽑혔다. 이런 평가는 박물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 시민들 덕분이기도 하다. 박물관 측이 앞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데 더 큰 힘을 쏟았으면 싶다. 녹청자박물관은 인천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