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탐사보도2팀장
 

1998년,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까르푸에서 진동하던 빵 굽는 냄새에 마음을 빼앗겼다. 매장 안 무빙워크는 계단형 에스컬레이터와 모습이 달랐다. 비스듬히 경사진 레일을 천천히 역주행하며 빵 냄새를 연신 코로 쫓았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크루아상이나 바게트 만들던 냄새다. 프랑스계 마트 체인인 까르푸는 자신들 정체성을 자국 대표 음식인 크루아상, 바게트 냄새에 실어 소비자들을 홀렸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속에도 인천 계산택지 준공에 맞춰 문을 연 '까르푸'는 인천지역 대형마트 역사에서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에서 처음 마주한 신도시, 계산택지는 까르푸처럼, 비슷한 시기 근처에 들어선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처럼 도회적 산물이었다. 당시 임학동 빌라촌에 살던 난 매일 임학사거리를 건너 계산택지 상권을 탐닉했다. 학생 때는 돈가스, 파스타 커서는 칵테일, 치맥을 계산택지 상권에서 배웠다. 주변 어른들은 “개구리, 메뚜기 잡던 논밭이 아파트 천지가 됐다”며 꽤 오랜 기간 동안 '격세지감'을 입에 담았다.

계산택지가 생기고 20년이 넘도록 인천의 논과 밭, 갯벌에선 신도시 사업이 이어졌다. 정부와 자치단체, 민간 사업자들은 인천 사람들이 주로 살던 지역 중심부보다는 외곽 땅덩어리를 용도변경해 공공택지와 대형 상권을 추진했다. 경제적으로 좀 살만하거나 수완 좋은 사람들은 도시 외곽 팽창 속도에 몸을 싣고 이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신도시 아파트값은 절대 배신을 모른다”는 부동산 공식은 요즘 들어 더 확고해졌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도시 외곽을 따라 진행될 때도 원도심 활성화 정책 목소리는 매번 정권 앞에 섰다. 하지만 그동안 역사에서 알 수 있듯, 도시 외곽 팽창과 원도심 활성화는 단 한번도 공생 관계에 있던 적이 없다.

인천일보 탐사보도팀은 2021년을 앞두고 '원도심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원도심이 그동안 어떻게 방치됐는지 학교, 상권, 정치 등 세부 항목에 더해 거대한 인구 이동 모습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우선, 인천 전 지역 동마다 연령별 인구 변화를 확인했더니 단순히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에 더해 40대 미만 인구 비율이 40%에도 못 미치는 곳들이 속속 확인됐다. 3~4년 전을 기점으로 40대 미만 인구 40%대 벽이 무너지는 분위기다. 대부분 인천 원도심 지역이다. 2030년대까지는 인구가 늘 거라던 인천에서 최근 인구 감소가 확인되는 결과는 이와 같은 원도심 인구 하락과 고령화에 원인이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신도시였던 계산택지는 이제 옛것이 됐다. 계양구 주민들은 대형마트 다음 주자인 아울렛을 탐닉하려고 김포나 송도로 떠난다. 새로워지기 위해 도시를 뜯어고치기보다는 지친 도시를 곁에 두고 새로운 둥지를 찾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