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차량에 등하굣길 위험천만
단속·울타리 설치 등 대책 절실
교육·복지 지원체계 차별도 여전
“수철(가명)아, 차 오나 안 오나 확인하고 조심히 건너야지. ”
지난 15일 오전 8시 30분 인천 남동구의 한 미인가 대안학교 앞(사진).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왕복 3차선 도로에는 출근 시간이 되자 마을버스부터 물류 차량 등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그 길을 뚫고 23명의 학생이 등교를 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미인가 대안학교로 전교생 23명은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학교로부터 약 120m가량 떨어진 신호등에 끊기지 않고 지나가기 위해 일부 운전자들은 도로 바로 옆에 있는 곳이 학교인지도 모른 채 쌩쌩 달렸다. 학교 주변에는 학교라는 것을 알릴만한 표지판 등이 전혀 설치되지 않아 일부 운전자들은 나 몰라라 시속 30㎞를 훌쩍 넘겨 운전했다.
학부모 정가영(37·여)씨는 “8~13세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만 운전자들이 학교인지 잘 알지 못해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고 달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학교 앞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해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와 달려오는 차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줄 울타리 등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인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법적으로 스쿨존 지정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아 도로안전시설 등을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학교 밖 청소년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미인가 대안학교는 스쿨존 지정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대상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어린이집 등 또는 인가받은 대안학교와 같은 법정 교육시설로만 한정하고 있다. 반면 학력을 인정받지 않은 미인가 대안학교는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스쿨존뿐만 아니라 일반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교육·복지 등 지원 체계가 달라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었다.
이에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을 위해 단속 카메라와 노면 표시, 눈에 잘 띄는 노란색 어린이 보호 표지판, 주정차금지 표시 등을 설치해 교통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경아 인천대안학교협의회장은 “미인가 대안학교 주변에 성인오락실 등 유해시설이 있고, 흡연하는 사람들도 많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도 인천의 아이들인 만큼 교육과 성장을 위한 동등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