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경기 남부취재본부 부장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대하는 화성시의 태도에 뒷말이 많다. 화성시가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하는 장애인 정책도 문제지만, 시가 이에 반발하는 장애인을 법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화성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김모(32) 사무국장 등 4명은 17일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 화성시가 김 사무국장 등 4명을 지난 7월16∼24일 시청 시장실 앞 불법 점거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9월 화성서부경찰서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0월5일 화성시와 중증장애인자립생활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이 된 개편안을 새롭게 만들어 다음달 1일 시행하기로 합의한 뒤 받는 경찰 소환조사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가 이들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시계를 돌려보면 시가 장애인 단체의 불법 점거농성을 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시는 지난 6월 장애인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존 중증 장애인에게만 적용해온 활동보조 사업을 경증 장애인에게도 확대하는 내용의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존 하루 24시간씩 보조인을 지원받던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혜택이 크게 줄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시가 장애인 단체의 반발에도 강행 방침을 고수하자, 이 단체는 활동보조 지원사업 개편안을 함께 논의하자며 시장실 앞 점거농성을 9일 동안 벌였다.

그 사이 시는 시정자문위원들의 중재로 한발 물러서 장애인 단체와 개편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는 농성을 풀었고, 이후 시와 장애인 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증장애인자립생활위원회를 구성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시가 몇 차례 고소장을 수정하면서까지 농성이 벌어진 지 2개월 지나 지난 9월28일 장애인 단체 관계자를 집시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그 이유가 장애인 단체는 불법 행동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을 고수하는 공무원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참 야박하다.

지난 6월29일 서철모 화성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청을 찾은 장애인의 통행을 막기 위해 청사 엘리베이터 가동을 중지시킨 화성시 공무원의 태도를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농성 당시 “코로나19로 죽으나 활동지원 사업 중단으로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장애인의 절규가 공무원에겐 들리지 않았던 셈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상대로 엄격한 법 적용을 하겠다는 시의 태도가 볼썽사납다. 그래서 시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도식적 공공기관 서비스와 행정행위가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법대로'가 능사라는 경직된 사고로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린 역사에서 배우고 있는데도 시만 그렇지 않은가 보다. 지금이라도 화성시가 민심에 귀기울여 사회적 약자와 싸우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