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6. 황금어장의 추억, 섬과 포구] 어업유산 망각…빛바래는 해양도시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6. 황금어장의 추억, 섬과 포구] 어업유산 망각…빛바래는 해양도시
  • 이순민
  • 승인 2020.11.15 18:30
  • 수정 2020.11.16 11:22
  • 2020.11.16 인천판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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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210개동 중 바다 관련 건축물 드물어
덕적도·장봉도 일제강점기 어업조합 건물은 방치
▲ 덕적도 진리에 남아 있는 옛 어업조합 건물. 외장재를 덧댔지만, 굴뚝은 과거 벽돌 그대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덕적도 진리에 남아 있는 옛 어업조합 건물. 외장재를 덧댔지만, 굴뚝은 과거 벽돌 그대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장봉도에 방치된 어업조합 건물.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장봉도에 방치된 어업조합 건물.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인천시가 2016년 군·구 실태조사로 추린 '인천근대문화유산' 210개를 살펴보면 인천이 '해양도시'라는 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팔미도 등대(사적 제557호)나 섬으로 표기된 주소지 몇몇을 제외하면 바다와 연관된 건축물이 드문 까닭이다.

어업에 초점을 맞추면 이런 문제의식은 두드러진다. 연원을 따져봤을 때 목록에 포함된 어업 관련 근대문화유산은 배에서 쓰는 기구를 팔았던 선구점과 어촌 주택 등 4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어업유산의 가치가 아닌 관심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황금어장 어업조합도 무관심

지난 17일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30여분 배를 타고 닿은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에선 장봉치안센터와 옛 신협 건물 사이로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담을 두른 단층 주택들과 옆으로 나란히 들어선 분홍 빛깔 건물 세 채다. 주택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면 격자무늬 창이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 어업조합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어업조합 건물은 지금의 선착장과 4㎞ 정도 떨어진 장봉항 정중앙에 위치한다. 인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장봉도와 주문도, 석모도 사이의 만도리 어장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황금어장'이었다. 책 '흔들리는 생명의 땅, 섬'을 쓴 이세기 시인은 “어족자원이 풍부했던 장봉도 어업조합과 사택 건물은 상량문과 주민 증언을 따르면 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6·25 때는 좌익 재판장으로, 1960년대 이후로는 대안학교와 무료 진료소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덕적도뿐 아니라 장봉도 어업조합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시의 2004년 '근대문화유산 목록화 조사보고서'와 2016년 근대건축물 실태조사에서도 이들 건물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세기 시인은 “유서 깊은 장봉도와 덕적도 어업조합 건물은 곳배·안강망 등 어업 발달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지자체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도 “전국에서도 남아 있는 어업조합 건물은 거의 없다”며 “지자체가 섬 관광을 활성화한다며 예산을 들여 새로운 걸 만드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어업유산을 되살리는 것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업유산 훼손하는 지자체

어업유산은 섬에만 남아 있지 않다. 100여년 전 포구에 들어섰던 선구점도 오늘날까지 남아 어업의 역사를 전한다. 일식점이었다가 지난해 말 인천건축사회관으로 탈바꿈한 이층 목조 건축물이 대표적 사례다. 인천근대문화유산 목록에도 포함된 이 건물은 1932년 지어진 선구점 '이케마츠 상점'이었다.

개항장에는 또 다른 선구점이 현존한다. 건축사회관처럼 보수 공사를 거쳤지만,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무라타니 선구점'이다. 중구가 대불호텔 외관을 재현하면서 바로 옆에 생활사전시관으로 꾸민 건물이다.

지자체가 어업유산의 역사성을 조명하기는커녕 훼손하는 사례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구 만석동에선 신일철공소가 허물어졌다. 신일철공소는 목선 건조와 수리에 쓰이는 배 못을 전통 기술로 제작했던 대장간이었다. 지역사회 반발에도 동구는 기습 철거를 강행했다. 철거 1년 만인 지난 5일 가보니 현장은 출입을 가로막는 담장이 세워진 채 여전히 방치되고 있었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는 “인천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철거를 피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며 “관광재라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근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인천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김신영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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