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균 박사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인천대학교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센터장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경제학과 박사)
인천시 서구·연수구 민관운영위원회 위원
인천시 오산시·지역화폐학교 강사
인천시 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 분과위원

일요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산행을 준비하였다. 인천 옛시민회관쉼터 공원에서 출발하여 춘천 삼악산을 다녀오는 산행이었다.

어둠을 가르고 북한강변 삼악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강변 주차장에는 산행을 오는 버스들이 연이어 사람을 내려놓고 비선폭포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우리 산행팀도 간단한 준비운동 후 산행 입구에 가니 매표소에서 산행 입장료가 1인당 2천원이다. 그래서 당연히 입장료를 내고 산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산행 입장료 2천원을 내면 다시 춘천사랑상품권으로 2천원을 돌려주고 있었다. 입장료가 공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아!! 이것이 바로 춘천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구나!’ 생각되었다.

강원도는 화천의 산천어축제에 입장료를 일부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가면 입장료를 내면 상품권으로 돌려주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관광형 소비유인정책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강원도가 지역의 자연 자원인 산에 전국의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을 활용하여 등산로 입장료와 지역화폐를 바꾸는 방법으로 소비를 유인하는 아이디어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 일행 40명은 8만원의 춘천사랑상품권으로 인해 산행 후, 춘천지역의 식당에서 60만원이 넘는 밥값을 계산한 것이다. 그날 2천원 등산 입장료는 춘천사랑상품권으로 인해 마술을 부리듯 6.5배로 눈덩이처럼 불어 지역에 소비되었다.

국민경제 입장에서는 춘천지역의 식당을 이용하든 아니면 돌아오면서 타 도시에서 사용하던 60만원 소비에만 관심이 있고 어떤 지역에서 소비하던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8만원 때문에 다른 지역에 식사를 대가로 춘천에서 식사했고 또한 춘천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어서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춘천시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화폐 2천원으로 1인당 6.5배 1만 3천원의 소비를 지역 내 소비로 유인하는 매우 의미 있는 지역화폐 사례이다.

지역화폐는 다양한 분류의 기준이 있지만, 필자는 두 가지 유형 구분을 좋아한다.

수평적 상호연대의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는 지역화폐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초점을 두는 지역화폐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공동체에 주목한 지역화폐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미내사’가 1998년 미래의 돈이라는 “Future Money”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용되었고 인천의 경우 인천평화복지연대(전, 인천연대)가 1999년 유통했던 지역통화 ‘나눔’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화폐이고 현존하는 공동체 화폐는 대전의 ‘한밭레츠’가 대표적이다.

지역경제 활성화형 지역화폐로 우리나라는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대표적이다. 행정에서 최초로 활용한 사례는 1996년 강원도 화천의 ‘내고장 상품권’이다.

내고장 상품권은 2005년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2006년부터 화천군 산천어축제에 관광객 체험료의 절반가량을 상품권으로 돌려주면서 활성화되었다.

최근 화천사랑상품권은 산천어축제와 함께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부가가치 효과가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2017년 지방행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화폐 도입으로 인한 1인당 소득증대 효과는 화천이 년 22.9만원이고 양구는 43.5만원으로 나타났고 상품권 발행예산 대비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화천은 1,586%, 양구는 634%로 분석되었다.

강원도는 화천을 시작으로 지류형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였으며 삼척, 태백, 양구 등 강원도 내 8개 지자체로 확산하였고 2016년 광역시도 중 최초로 강원도가 지역사랑상품권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후 인천광역시가 2018년, 부산광역시가 2019년에 도입하여 운영하였다.

2016년 전국 53개 자치단체에서 1168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지역화폐는 4년 만에 자치단체는 229개 발행금액은 9조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까지 발행 규모에서 보면 강원도가 30%~5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발행 규모가 광역시도 대비 최고를 이루었다.

현재 강원도는 18개 지자체 중 14개 지자체가 지역화폐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 중이며 지류형 지역화폐에서 모바일과 카드로 전환하는 중이다. 지류형 지역화폐는 양구군과 삼척시가 운영하고 있으나 삼척시는 내년 1월 카드형으로 전환하며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류형과 모바일을 겸용으로 하고 있고 미발행 지자체는 4곳이다. 나머지는 12개 지자체는 카드나 혹은 카드와 지류형을 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화천, 삼척, 태백, 양구 같은 경우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고 강원도 내 5년 이상 되는 지자체만 8곳에 이른다.

강원도 내 지역화폐 유통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강원도의 판매현황은 13개 시·군이 판매한 지역화폐는 총 5426억 7800만 원으로 추계하였으며 연평균 약 1085억 원이 지역화폐로 사용되었다. 전체 인구가 156만명이고 군(郡)지역은 대부분 2만명에서 7만명 정도이며 노령인구의 분포가 높다.

2011년 지역화폐 연구를 하고자 양구를 방문했을 때 양구의 중앙시장 상인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양구에서 춘천까지 고속국도가 생겨서 군인들과 많은 사람이 춘천의 대형마트로 소비가 옮겨지는데 양구에서 장사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양구사랑상품권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현상의 이론으로 고속국도로 인한 인접 도시의 역류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역류 효과를 막아 주는 것이 지역화폐라는 것이다.

강원도가 매년 약 4조원 규모의 지역 자금 외부유출이 심각하여 그 대안으로 외부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역화폐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강원도의 지역화폐는 지역의 자금 유출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강원도의 지역화폐의 시사점은 정책의 다양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광상품에 접목한 상품권, 지역의 특성을 살려 소비를 유인하는 아이디어이다.

다음은 결제방식의 다양화이다 지류, 모바일, 카드 등으로 행정의 불편은 따르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선택의 주권이 주어진다.

마지막은 지속성이다. 1996년부터 시작한 화천상품권, 2006년부터 시작한 삼척, 태백, 양구 등 몇 군데 지자체의 15년 동안 지속한 운영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자금의 외부유출을 막는 탁월한 효과의 정책성과를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향후 인천은 캐시백 이후의 정책을 고려하고 있겠지만 자치구별로 특색을 갖는 아이디어 도입, 지역공동체성을 높이는 방향의 소비유인정책,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정책을 통하여 지역주민이 사랑하고 정체성을 갖는 화폐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