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새 관점에서 재해석' 김경집 인문학자
▲ 김경집 인문학자가 자신의 책 '고전에 묻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고전에묻다, 김경집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304쪽, 1만6000원
/사진제공=김경집

불시착한 사막의 한밤 냉기와 적막, 떠오르는 태양의 장엄한 색조, 사방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의 건조한 열기, 한낮의 작열하는 햇살….

생텍쥐페리는 사하라 사막에서 고장 난 비행기를 고치려 손에 시커먼 기름을 묻힌 채 한 소년을 만난다. 그의 첫 마디는 “저…양 하나만 그려줘”였다.

인문학자 김경집이 지은 <고전에 묻다>에서는 <어린왕자>를 이런 식으로 읽는다. 생텍쥐페리가 처했을 상황의 완벽한 고독과 두려움을 청각·촉각·후각으로 직접 느껴보고 어느 날 아침 요상한 차림의 꼬마가 불쑥 나타나 잠을 깨운다면 얼마나 놀라울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고전 새롭게 읽기'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완결편을 써 낸 김 작가는 고전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시도했다.

“고전이라고 하면 두껍고 고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제목도 알고 저자도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 그게 고전이라는 편견이 있죠.”

김 작가는 고전이야말로 인간이 쌓아온 문명적 자산이며 시대를 건너 뛰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라고 보고 있었다.

“이 책은 고전을 내 방식대로 만만하게 읽어볼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것입니다. 고전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스스로 소화하고 내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지요.”

<논어>를 비롯해 <무진기행>, <닥터 지바고>, <데카메론>, <세일즈맨의 죽음>, <전태일 평전>, <은밀한 생>, <그리스로마 에세이> 등 26권의 고전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김경집 작가는 지금까지 읽은 고전 중 인생작으로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꼽았다. “살아가면서 뭔가에 부딪힐 때 이 책이 생각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다 넘기지 않더라도 어느 페이지의 한 구문만 읽으면 흔들리는 내 삶을 잡아주죠. 고전이란 이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