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이연숙 15일까지 매향리 스튜디오서
'Running stage-공간 그리고 그 장소' 전 선봬
▲ 이연숙 작 '붉은 땅 하얀 기'. /사진제공=매향리스튜디오
설치미술가 이연숙이 오는 15일까지 매향리 스튜디오에서 시간의 흔적으로 바라본 공간 전시 'Running stage-공간 그리고 그 장소' 전을 개최한다.

매향리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번 전시는 기록물과 영상 자료 등을 토대로 과거의 매향리를 기억하고 현재 매향리를 직접 경험하며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군이 주둔하면서 세워진 (구)매향교회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매향리 스튜디오는 시간을 기록하는 역사관이자 주민과 방문객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 체험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매향리 스튜디오 전체를 큰 무대처럼 구성했다. 이연숙 작가는 매향리의 과거와 현재가 축적된 플라타너스 나무와 하얀 흙을 재료로 영상과 매향리의 향기를 담아 공간을 채웠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디퓨저를 활용해 문을 열고 전시장 안을 들어설 때 매향리 특유의 매화향을 맡으면서 나무 벽 뒤의 조용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품은 전시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며 (구)매향교회 옆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베어내지고 남은 나뭇가지를 바닥에 세웠다. 작가는 이 나뭇가지를 아늑하고 따뜻한 매향리의 공간부터 폭격을 감내하며 오롯이 견뎌내었을 시간의 증인으로 삼았다. 빨간 깃발이 올라가면 시작됐던 폭격과 폭격으로 오염된 땅의 이야기를 작품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하얀 흙은 시간이 지나면서 갈라지고 벗겨지며 그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붉은 땅 하얀 기'는 매향리의 시간을 은유하는 하나의 풍경으로 정면에 보이는 영상은 구름과 겹쳐지면서 모호한 시공간의 경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연숙 작가는 “공간은 기억을 통해 장소가 된다”며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역사를 통해 별 것 아니고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 기억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이후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과 프로젝트를 기록한 책 'Running Stage'가 발간될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