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경기 사회부 기자

“주민을 보호하고, 약자를 도와야 하는 지자체들이 떠넘기고, 버리기도 합니다. 말이 됩니까?”

지난 6월, 취재 중 우연히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도내 지자체들이 노숙인을 차에 태워 수원역 인근 종합지원센터에 '몰래' 버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숙인은 응급한 상황이나 위험에 노출된 대상으로, 지자체와 경찰은 이송 시 정식적으로 인수·인계를 거친다. 안전 보장과 신속한 긴급복지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지역 노숙인들을 만나는 등 약 3개월 수소문 끝에 실제 경험자를 만났다. 50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수원에 덩그러니 버려졌다고 한다. 비상식적인 사건을 역으로 추적해보니, '지역사회의 무관심'이라는 커다란 원인 덩어리가 확인됐다. '몰래 버리는 행위'는 언제든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2011년 제정된 일명 '노숙인 지원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노숙인 권익을 보장하고, 보호 및 재활·자활을 돕도록 했다. 9년 지난 시점을 점검한 결과, 기반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12곳만 노숙인지원시설을 보유했고, 종합지원과 일시보호 기능을 겸비한 곳은 수원·성남·의정부에 그쳤다. 예산은 '최대 32억원 대 최소 480만원'이라는 불균형을 드러냈다.

시설은 장애·질환으로 자립이 어려운 자,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자 등을 입소 기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모든 노숙인을 돕기에 역부족이다. 화성에서 수원, 용인에서 수원, 의왕에서 수원. 이렇게 해서 매년 20~30명에 달하는 노숙인이 자신의 지역에서 도움받지 못하고 수원에 넘겨졌다.

인수·인계가 이뤄진 공식 수치다. 물론 '몰래'가 아니면 절차상 하자는 없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아무리 해명하고 포장해도 결국 “우리는 못 도와주니까 딴 데로 보내자”며 위기에 놓인 사람을 포기한 것에 불과하다.

지역의 책임을 독려해야 할 정부는 관심 없다. 재활·요양시설 운영비 중 일부를 보조하는 게 끝이다. 특정 지역에 쏠리는 예산, 국·도비 배분비율 등의 개선 요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노숙인은 개인사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부터 신체적 장애, 불우한 가정, 불안정한 고용구조, 범죄피해 등 세상의 위험성과 마주해 있다. 누구도 겪을 수 있는 '약자'이다.

전문가를 비롯해 수원시의 도움으로 '제2의 삶'을 찾은 노숙인들은 취재 과정에서 최소한 인간의 권리인 주거권 회복과 일자리 지원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노숙인 제도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제도적 변화보다도 급한 건, 적어도 '지역 내 사람 돕는 일'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 지역사회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