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지난달 코로나 집단감염을 일으킨 인천지역 '홀덤펍'은 '카지노펍'으로 불린다. 현금으로 게임에 필요한 칩을 사 포커 등을 하거나 술을 파는 행위는 영락없는 카지노이기 때문이다. 업소 주인들은 불법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인천시는 이들 업소가 사실상 카지노업을 하는 것으로 보고 단속을 펼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천시가 이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인천 영종도에는 2017년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 복합리조트가 운영 중이며 2022년 하반기에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2022년 말에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 예정이다. 복합리조트의 핵심 수익시설은 카지노다. 시는 또 추진 중인 리조트 중 카지노가 없는 무의쏠레어리조트, 한상드림아일랜드에도 카지노를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카지노시설 집적화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극대화를 꾀한다는 구상인데, 카지노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시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카지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명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부대효과가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카지노는 부가가치가 높고 집객효과와 관광인구 유발효과가 커 관광산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 등에도 도움이 되는 '앵커시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런가.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자. 전국 16곳(제주 8곳, 서울 3곳, 부산 2곳, 인천•대구•강원 각각 1곳)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합해 1조4488억원으로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강원랜드(강원도 정선군) 한 곳의 매출(1조4815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16곳의 지난해 이용객은 323만명으로 강원랜드(289만명)보다 다소 많다. 흑자를 내는 외국인용 카지노는 서울 3곳, 부산 2곳, 인천 1곳 등 6곳에 불과하다. 지자체들은 심지어 카지노가 외자유치의 촉매가 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외자유치와 카지노의 상관성은 입증된 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사업성이 맞지 않아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급과잉 상태”라며 “사업계획과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카지노 허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의 희망과는 달리,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2005년 (주)그랜드코리아에게 허가를 내준 것이 마지막이다.

카지노로 확실한 수익(흑자)을 내고 있는 곳은 강원랜드뿐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3350억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해괴하다. 멀쩡했던 사람이 몇달 만에 재산을 거덜내 폐인이 되다시피 하고, 한쪽에서는 전당포•술집 등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여염집 아낙네가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파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외지인은 물론 재력이 별로 없는 현지 주민들도 카지노에 취하면서 강원랜드는 매년 대박을 내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환급률은 73%. 쉽게 말해 100원을 걸면 73원만 돌려받는다. 단기간 게임을 하면 몰라도 장기간 몰입하면 귀신도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다. 그리고 카지노 측이 챙기는 27%의 절반 가량은 세금으로 나간다. 국가에 공헌하고 싶으면 카지노를 열심히 하면 된다. 강원랜드 직원들의 임금은 유력 대기업 못지않은데, 따져보면 카지노 이용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워낙 물이 좋아 입사하려면 실력만으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돌며, 이를 입증하듯 인사비리가 여러 번 불거졌다.

카지노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은 '외국인 전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외국인 돈은 함부로 거덜내도 되는가. 게다가 외국인용 카지노가 기대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슬그머니 강원랜드와 같은 내국인 겸용으로 바뀔지 모른다고 우려도 상존한다. 경주 보문단지에 있던 카지노는 외국인 입장객이 기대에 미치지 않자 내국인을 입장시켜 적발되기를 거듭하다 지난 2008년 문을 닫았다.

카지노 찬양론자들이 흔히 말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카지노 유치가 마치 지자체의 미래를 담보하는 장밋빛 전략처럼 치부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카지노에 대한 열정을 건전한 정책 개발로 돌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