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 경기본사 정경부 차장

전화가 울린다. 혹시라도 놓칠세라 부리나케 수화기를 든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공익 제보자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수십통, 수백통이 걸려와도 좋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죠. 실망할 틈이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 추적할 겁니다.”

요즘 경기도 자원순환과 담당자들은 형사가 다 됐다. 공익 제보를 단서 삼아 불법 투기범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도 관계자들은 지난 2017년 5월∼2018년 5월 사이 포천·화성·연천지역에서 초대형 폐기물 1696t을 발견했다.

포천시 화현면 명덕리 411·일동면 기산리 산 66-1일대엔 누군가 쓰고 남은 합성 섬유 816t을 몰래 투기한 상태였다. 또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40-1에서는 폐합성수지 380t이 발견됐다.

연천군 청산면 장탄리 210·연천읍 옥산리 33일대에서도 혼합 폐기물 500t이 나왔다.

불법 투기한 폐기물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의 양이다. 해당 지역에 모두 쓰레기 산이 생긴 것이다.

해당 지역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장소다. 일부는 군부대 소유 땅이다. 이러다 보니 폐기물 불법 투기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현재 화성시 향남읍과 연천군 청산면 장탄리에 쌓인 폐기물은 처리했다. 나머지 3곳은 쓰레기 산을 치우는 중이다.

상황이 이러자 이재명 지사까지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불법 투기범 추적을 지시했다.

도는 지난 4월 공익 제보자를 상대로 최대 현상금 1억원을 내걸었다. 이어 불법 투기지역 주변에 현상수배 현수막을 설치한 뒤 주민들에게 전단을 배포했다. 그러나 일곱 달이 지나도록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제보가 있었지만, 정보가 부족했다.

불법 투기자를 찾지 못하면 쓰레기 산 처리에 들어간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보통 폐기물 1t 처리비용은 25만원가량이다. 3개 시·군에 투기한 불법 폐기물(1696t)을 치우는 데만 4억24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땅 밑에 폐기물이 묻힌 경우엔 더 많은 행정대집행 비용이 필요하다. 모두 시민 세금이다. 그래서 불법 투기자 색출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지사는 이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렸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해당 글을 퍼 나르며 불법 투기범 추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도 관계자 역시 공익정보 핫라인과 우편 제보를 통해 불법 투기범의 뒤를 쫓는 중이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지금처럼 도가 온 힘을 다하고,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공익 제보를 한다면 불법 투기범은 반드시 꼬리가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