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부동산 중개업하다 접고 2018년 마음 맞는 이들과 조합 설립...지난해 첫 수확 올리고 판매 성과도

“잔디는 원래 거모동에 있는 내 땅에 살 집을 짓기 위해 한옥 공부를 하면서 지을 집 마당에 심고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업(業)이 됐습니다.”

시흥에서 처음으로 잔디를 사업 아이템으로 해 조합원들과 함께 '시흥 잔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초대 대표를 맡은 조성배(52·사진) 대표의 잔디 입문 계기다.

조 대표는 잔디를 만나기 전에는 부동산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공인중개사다.

그가 잔디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15년에 자기가 살 집을 짓기 위해 시흥시가 개설한 아카데미에서 한옥 공부를 마친 후 곧바로 한국 잔디관리사아카데미에 입학, 수료해 잔디관리사(2급) 자격증을 획득하면서부터다. 자신이 건축할 집에 본인이 직접 잔디를 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 대표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한 잔디 공부가 직업까지 바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한마디로 미쳤다. 잔디 공부를 하면서 본업인 부동산 중개업도 중단하고 잔디에 푹 빠져 여기까지 왔다”며 “푸른 잔디를 보면 전에는 느끼지 못한 마음의 편안함까지 더해져 나를 즐겁게 한다”고 잔디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20여년간 해왔던 부동산 중개업을 접고 뜻을 함께하고 마음이 맞는 동지들 13명과 2018년 2월에 잔디 영농조합을 설립하고 그해 5월에 사업자 승인을 얻어 대표로 취임했다.

조합원 13명 중 조 대표를 비롯해 4명의 조합원은 직접 잔디를 재배하고 있으며, 규모는 법인 몫 9750㎡와 조합원 몫 4만2250㎡ 등 총 5만2000㎡를 재배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창립한 시흥 잔디 영농법인이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잔디(중지) 씨앗을 뿌린 지 1년여 만에 첫 수확을 올려 도내 조경현장과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 납품,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잔디 사업은 품목별 차이는 있으나 쌀농사 대비 한국 잔디는 3~5배, 스포츠 잔디(한지형잔디)는 6~8배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고소득 작물로 알려져 있다.

조 대표는 “쌀도 잔디도 1년을 기준으로 농사를 짓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수익률은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러한 고소득 작물을 실증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권유하고 있으나 흔쾌히 전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조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쌀은 정부가 대부분 수매를 하고 있지만, 잔디는 아직 그러한 시스템이 없어 판로에 대한 두려움이 잔디농사로의 전환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농조합 중심으로 판로 개척과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조 대표는 “지역 사회에 잔디농업을 확장하기 위해 조합에서 판매(유통), 식재, 유지관리 등을 일원화하는 '원스톱 방식'을 도입 운영할 예정”이라며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조만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잔디품질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잔디 법인을 이용해 기획부동산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는 조성배 대표는 “영농조합이 1년간 경험한 잔디 유지관리 비용의 통계가 정리되면 해당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토론회 등을 개최해 지역의 초등학교 등에 천연 잔디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앞으로 사업방향도 설명했다.

/글·사진 시흥=김신섭 기자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