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국민 이름에 붙는 '어글리(ugly)'라는 수식어는 대부분 추태 관광을 꼬집는다. 어글리 아메리칸이 원조다. 2차대전 후, 전승 기분과 경기 호황으로 미국인들이 대거 해외 여행에 나섰다. 그러나 유럽 등에서는 그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미국인 관광객이라면 시끄럽고 무례한, 커피 맛도 모르는 촌뜨기였을 뿐이다. 70년대 이후에는 어글리 재패니즈가 나타났다. '기생관광', '현지처' 등만 밝히는 '이코노믹 애니멀'로 비쳐졌다.

80년대 후반부터 어글리 코리안도 등장했다. 공중화장실 줄서기에 새치기, 유적지에 자기 이름 남기기, 서빙 종업원 닥달하기 등이다. 성매매도 있다. 21세기 들어 마침내 어글리 차이니즈 군단이 출현했다. 떼로 몰려 다니면서 아무 곳에나 침 뱉고 줄담배를 피워댄다. 몹시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예전 '호떡집에 불났나'하는 말 그대로다.

#그런데 이런 아날로그 어글리가 아닌, 디지털 어글리 차이니즈도 등장했다. 한국의 자랑이자 당대 세계 문화의 아이콘인 BTS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떼거지 공격이다. BTS가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올해의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받았던 상이다. 수상 소감이 나왔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이뿐이다. 그런데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이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부채질을 해댔다.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대규모 반한•불매운동이 전개됐다.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했다' '중국에서 돈과 인기를 얻었으면서' 등의 솰라솰라가 이어졌다. 중국 택배업체들은 BTS 상품의 배송 제한에 나섰다.

또 사드사태같은 '만만한 한국 짓밟기'가 시작되나 보다 했다. 그러나 뜻밖의 반전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부터 '세계를 검열하려 드는 어글리 차이니즈의 등장' 여론이 일었다. 외부의 누군가가 진실을 얘기하면 화부터 내고 공격하는 중국에 질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축구 스타 배컴도 지난 봄 페이스북에 '중국 대만'으로 썼다가 뭇매를 맞았지 않는가. 세계 여론이 심상치 않자 환구시보가 꼬리를 내렸다. BTS 비판 기사를 슬그머니 내리고는 시치미를 뚝 뗐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식 대응을 했다. 함부로 중국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도 나왔다. 마침내 시진핑 중국 주석이 6·25 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 선언했다.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는 얘기다. 어글리 차이니즈에 어글리 차이나까지. 고 백선엽 장군이 생전에 회고했다. “6·25 당시 처음 3∼4개월을 빼면 내내 중공군과의 혈전이었다.” 그 때 중공군에 희생된 우리네 부형(父兄)들은 개죽음 했다는 말인가. 우리네 극성 네티즌들도 중국에는 온순하기 그지없다. 우리 대통령을 중국에서 3박4일간 '혼밥'을 시켰을 때도 그랬다.

다시 중화사대주의인가. 문약(文弱)에 찌들은 조선의 선비들은 자기 무덤의 비석에도 제 죽은 날짜를 명나라 연호로 적었다. 그제 국정감사에서 외교장관은 중국의 6·25 왜곡에 침묵으로 답했다. 오죽했으면 여당의원까지 “시 주석이 대한민국을 투명인간 취급했다. 분명한 의사 표시가 필요하다.”고 했겠는가. 잘 모르겠으면 베트남에 달려가서라도 배워 오라. 그들은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수천년간 오히려 중국이 조심하도록 다뤄온 민족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