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치2부 차장

지난 7일 시작된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6일 법제사법위와 교육위, 국방위 등 10개 상임위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감사보다는 방역에 주안점을 둔 탓에 시작 전부터 '맹탕 국감'이 우려됐다. 감사 대상기관이 지난해보다 80여곳 줄어든 데다, 감사장 인원제한으로 증인 채택이 최소화됐으며, 외통위•복지위 등 일부 상임위는 비대면으로 국감을 진행해야 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임에도 초선의원 수가 절반을 넘긴 21대 국회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이번 국감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 미래전략, 평화에 감사의 중점을 두겠다고 했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정 난맥상과 정권의 실정을 알리는 데 치중하겠다고 각각 다짐했었다.

하지만 상임위 곳곳에서 호통과 막말,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들이 되풀이됐다.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국감'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국감을 통해 새로 떠오른 정책 이슈도 보이지 않고, 국감 때면 으레 서너명 등장하던 이른바 '국감 스타'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여야 정쟁의 중심에 선 윤석열 검찰총장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지사만 눈길을 끌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정감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여일 동안 수백 개의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몰아치기 방식'으로는 구조적으로 부실국감이 될 수밖에 없고, 정부 부처도 이 기간 동안 국감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정이 마비되는 현재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기별 연중 상시 국감을 도입하거나 내년도 예산심사와 함께 진행하는 정기회가 아니라, 결산 성격인 국정감사와 결산심사를 통합해 정기회 이전에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감도 이번 기회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감사원, 행정안전부, 지방의회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어 중복 감사라는 지적도 있지만,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그 대상을 미리 선정해 감사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감은 1972년 유신쿠데타와 함께 폐기됐다가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인 1988년 13대 국회에서 부활한 이후 올해까지 33회째다. 피흘려 싸운 민주화 투쟁의 소중한 결실임을 생각하면 그저 '통과의례'로 전락한 채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