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히로나카상공이 세운 국내 유일 강제동원 입증 흔적
'새뜰마을' 사업으로 헐릴 위기 “문화적 재생 거점 전환 검토를”
/인천일보DB

지난 24일 오후 5시쯤 인천 부평구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일대. 성벽처럼 솟아오른 행정복지센터 공사 건물과 주민공동이용시설에 둘러싸인 줄사택은 고립된 섬처럼 보였다. 줄사택에는 '철거 예정'이라는 빨간 글씨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날 시민단체인 인천사람과문화가 주관한 '길 떠나는 인천 공부' 답사차 현장을 찾은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는 “철거가 진행되고 빈집이 대부분인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조병창과 미쓰비시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강제동원 사실을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낡은 건물만 들여다보지 말고 공간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되새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존 필요” 문화재청도 주목

문화재청이 인천시와 부평구에 보존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된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부평의 병참기지화를 증명하는 역사적 장소다. 1939년 일본 히로나카상공이 현재 부평공원 자리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조선인 노동자 숙소로 연립 사택이 들어섰다. 미쓰비시중공업이 1942년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로 공장을 인수하면서 '미쓰비시 줄사택'으로 전해져왔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강제동원을 입증하는 국내 유일의 흔적으로 꼽힌다. 문화재청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보존 협조를 요청하며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장소”라며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보존 및 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한 근대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부평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마경남(민·비례) 부평구의원은 “미쓰비시 줄사택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의 흔적이 생활사로 온전히 남아 있는 공간”이라며 “어두운 역사마저도 기록하고 보존해 후손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주차장 조성, 철거 되풀이

문화재청까지 나섰지만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줄사택 일대에선 수년 전부터 '새뜰마을' 사업으로 주민공동이용시설,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시설이 건립되고 있다. 이들 건물 모두 줄사택 철거 부지에 들어섰다.

현재 줄사택은 6동 정도가 남아 있는데, 이들 대부분도 공영주차장 조성으로 철거가 계획돼 있다.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과 국가 등록문화재 추진에 긍정적인 인천시와 달리, 부평구가 난색을 보이는 이유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전문위원인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국가 등록문화재인 부산 우암동 소막마을 주택처럼 쇠락한 지역을 문화적 재생 거점으로 바꾸는 노력이 진행되는 사례가 있다”며 “공영주차장을 만든다며 2012년 아사히양조장, 2017년 애경사를 철거했던 인천도 더 이상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역사문화자산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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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입장차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징용 흔적으로 남아 있는 인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주목한 문화재청이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역사적 장소”라며 보존을 권고했다. 철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적극 지원하겠다”는 인천시와 “난감하다”는 부평구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관련기사 3면25일 인천시와 부평구는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협조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문화재청은 공문을 통해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