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온라인 통해 안타까움 전해
다니던 학교 펜스엔 추모메시지
정치권 “어른으로서 미안” 자책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
22일 오전 11시 인천 연수구 한 장례식장. 미추홀구 용현동 형제 가운데 치료를 받다 숨진 8살 동생의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 앞엔 후원단체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 등이 보낸 조화 2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외할아버지, 삼촌 등 가까운 친척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빈소엔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10살 형은 의식을 찾았지만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있는 상황이다. 몰려든 취재진 때문인지 빈소의 셔터는 반쯤 내려와 있었다. 셔터 안으로 문득, 문득 보이는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용현동 형제 중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호흡기 치료를 받아왔던 8살 동생은 전날 오후 3시38분에 숨졌다. 호흡이 불안정했던 동생은 일반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2시간30여분에 걸쳐 심폐소생술 등 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천국에선 행복하렴', '너무 눈물이 난다', '남은 형이 동생 몫까지 더 행복하게 살아야지' 등의 글들을 남기며 추모하고 있다.
이날 형제가 다니던 학교 운동장 한쪽 안전펜스엔 학생들의 추모 메시지가 달리기도 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젠 편히 쉬어라', '천국 가서 행복해라' 등의 내용이 담긴 오색 띠가 펜스를 물들였다.
정치권에서도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 말씀을 전한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페이스북에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남겼다.
이들 형제를 위해 후원금을 모았던 따뜻한 하루는 모인 후원금을 10살 형의 치료비와 교육비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따뜻한 하루 관계자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형은 아직 동생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라며 “모인 후원금은 추후 형이 커가면서 필요한 부분에 쓰일 예정이다. 형이 앞으로 잘 자라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이들 형제는 용현동의 한 4층짜리 빌라에서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화재가 발생해 화상을 입었다.
10살 형은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고, 8살 1도 화상을 입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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