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잔재 불편해 VS '불편 문화유산'으로 포용
▲ 1930년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중구 전동 2층 건물.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된 이 건물은 옹진군 제2장학관 건립 부지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몰려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25년 전 8월15일, 경복궁 한복판에 들어서 있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됐다.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지지 속에 학계에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해방 이후에도 현대사의 현장이었던 만큼 이전 복원, 지하화 방안까지 제기됐다. 이는 역설적으로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모으며 2001년 국가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 등록문화재는 역사·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상징적 가치가 있거나, 지역적 배경이 되며,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취지다. 등록 기준은 '50년 이상 지난 것' 또는 '50년 지나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6월 기준 국가 등록문화재는 869개다.

등록문화재 범위는 지난해 시·도 등록문화재까지 확장됐지만, 20년 지나도록 양면적 시각이 상존한다. 근대문화유산 상당수가 일제강점기 건축물인 까닭이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와 개발 논리뿐 아니라 '일제 잔재'라는 반감도 여전하다.

문화유산은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각도로 비쳐질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선 '불편 문화유산'이라는 용어가 주목받는다. 고통과 아픔을 지닌 장소가 빚어내는 집단적 기억, 불편한 감정을 포용하는 개념이다. 나치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수용소, 서울의 서대문형무소가 대표적이다. 최근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개방으로 모습을 드러낸 일제강점기 무기공장이었던 조병창 건물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암울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근대문화유산은 보존돼야 한다”며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