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9월 조사 바탕으로 인천 근대문화유산 목록 기록
사실관계 변해도 제대로 수정 안 해 헐린 46동 중 34동 여전히 남아있어

인천 근대건축물이 5동 중 1동꼴로 철거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6년 근대문화유산 실태조사로 210개 목록이 추려진 지 불과 수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무분별한 철거를 막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하려면 전문적인 심층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일보가 8월1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인천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된 건축물 210동을 전수조사해보니 46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21.9%가 철거된 셈이다.
 

▲철거 건축물, 개항장 중구 몰려

인천 근대문화유산 목록은 2016년 3월부터 9월까지 시가 주관한 군·구 실태조사로 완성됐다. 답동성당 등 국가 사적은 물론 등록문화재, 시 지정문화재를 포함해 근현대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이 담겼다. 지난 4년은 근대건축물 관리뿐 아니라 실태조사 자체의 허술함도 고스란히 드러낸 시간이었다.

근대문화유산이 가장 많이 몰린 곳도, 철거가 집중된 곳도 '개항장' 중구였다. 중구에는 210개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150개가 위치했다. 하지만 30개(20%)는 이미 헐리고 없었다.

공장·사택 등 산업유산 밀집 현장인 동구에서도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된 22동 건축물 중 7동이 철거됐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미추홀구 3개, 부평구 2개, 강화군 1개, 옹진군 3개씩 근대문화유산은 자취를 감췄다.
 

▲실체도 없었던 근대문화유산

건축물대장과 '인천시 지도포털' 연도별 항공사진으로 근대문화유산 철거 시기를 파악해보니 황당한 결과도 나타났다. 근대문화유산 실태조사가 진행된 2016년 이후 철거된 건축물은 46동 가운데 12동에 불과했다.

나머지 34동은 이미 사라진 상태에서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담겼다. 실태조사 이전에 공영주차장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자체가 허문 건축물도 11동이나 된다. 근대문화유산 실태조사가 현장 검증은커녕 제대로 된 문서 확인도 없이 짜깁기식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실태조사 이후 몇 년이 지나 철거된 건물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당시 군·구별로 조사했고, 담당자도 바뀌어서 구체적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철거의 역사가 정책적 접근 방식의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전문위원인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근대문화유산 조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문적인 심층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며 “정확한 연혁이나 원형 보존 상태 등 건축물 현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객관적 가치 평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순민·김신영·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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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①근대문화유산 46개가 사라졌다 남기느냐, 없애느냐. 그것만이 문제였다. 근대문화유산은 가혹한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채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갈림길이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건축물 상당수에는 '식민 잔재'라는 주홍글씨가 덧씌워졌다. 낡은 오늘과 어두운 과거는 근대문화유산을 이중의 굴레에 가둬 놓았다. 내년이면 근대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도입된 등록문화재 제도가 시행 20년을 맞는다. 근대건축물 수난사는 반복되고 있다. 인천일보는 10회에 걸쳐 인천시민 삶이 녹아 있는, 역사를 견뎌낸 건축물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