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감당 어려운 운영비, 정부가 총괄해야

상위 3개 시군에 노숙인 예산집중
대부분 시설 운영비 사용에 쓰여
지자체 7 : 도 3 비율로 감당해야
정부 무관심에 예산 증액 골머리
▲ 쌀쌀한 날씨를 보인 17일 밤 수원역 지하상가에서 한 여성 노숙인이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 지자체들의 노숙인 관련 예산이 기준도, 효과도 없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지자체마다 수백만 원부터 수십억 원까지 천차만별이고, 대부분 시설 운영에만 치중돼있다.

 

#기준도, 용도도 '들쭉날쭉'

인천일보가 경기도 지자체 노숙인 예산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예산을 자체적으로 편성(국·도비 포함)한 곳은 수원·가평군·동두천·성남·의정부 등 12곳이다. 총액은 127억6162만원이다.

그러나 고루 분포되지 않고 상위권 3개 지자체에 몰린 비중이 62%에 달한다. 수원시가 32억8107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가평 24억6152만원, 동두천 22억654만원, 성남 18억7825만원, 화성 13억3196만원 등의 순이다.

반면 광명시는 480만원, 구리시는 1232만원을 편성했다. 수원과 비교해 32억원 이상 차이 날 정도로 터무니없는 예산이다.

 

또 대부분 지자체가 시설 운영비(인건비·유지관리 등)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32억6500만원이 도에 지원됐다. 이 중 인건비 27억1400만원, 관리운영비 3억500만원을 합쳐 91% 비중이 재활·요양시설에서 쓰였다.

대표적으로 화성과 양평이 이처럼 예산을 사용한다. 화성시는 총 13억3196만여원 중 74%(9억9656만여원) 비중이 시설 내 인건비 및 사업비다. 양평군은 지난해 총 2억9589만여원의 예산 가운데 인건비만 2억여원을 썼다.

물론 시설 운영비가 문제는 아니지만, 시설에 없는 노숙인까지 아우를 예산은 크게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시설입소가 아닌 거리생활 노숙인도 지자체가 임시주거지를 지원한다거나, 전문적인 상담서비스 등 지원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을 공개한 지자체는 수원·성남·의정부 정도에 그쳤다.

 

#노숙인 유입 지역 '예산부담' 가중

지역별 '예산 공백'은 특정 지자체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타 지자체로부터 계속 노숙인이 유입되는 수원시의 경우,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예산증액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인은 정부의 무관심이 크다.

현재 노숙인 관련 시설 가운데 재활·요양시설은 정부가 전체 운영예산의 70%를 보조한다. 그러나 노숙인 지원체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종합지원센터를 비롯해 자활·일시보호시설은 도에서 30%만 보조한다. 노숙인과 부랑인으로 구분해 이뤄지던 기존 정책이 2012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통일됐지만, 정부는 '부랑인시설'이었던 재활·요양시설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지자체로 넘기고 있다.

결국 지자체들이 시설 입소대상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숙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려면, 70%의 힘든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수원 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지자체7, 도3 이라는 재원부담 속에서 누가 시설을 만들려고 하겠느냐”며 “노숙인은 국경이 없다. 중앙에서 당연히 총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자활 등 프로그램보다 시설 운영비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면서 “노숙인들의 탈(脫) 시설과 효율적인 예산을 위해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우·최인규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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