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온라인수업은 … “실시간 쌍방향 소통”

경기도내 고등학생 비대면 토론
다수 “바로바로 질문·답변 가능”
일부 “끊김·음소거 등 문제생겨”
우리 학교 선생님 직접 참여 필요성
스스로 집중할 창의적 수업 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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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도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원격수업의 가치를 논하기도, 현재 상황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내놓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과 24일 양일간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 '경기 원격수업 마켓-우바우바(우리가 바라보고 우리가 바라는 온라인 수업)'를 열었다. 마켓에는 6명의 학생이 나와 각각 주제를 놓고 생각을 나눴다.

특히 코로나19 속 다양한 상황에 철학적 관점을 대입한 수업을 학생들이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원격수업과 미래 교육에 대한 솔직한 의견 나눔을 통해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자유지상주의와 공동체주의, 공리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코로나19 상황

수원외고 1학년 심민수 학생과 병점고 1학년 박경선, 망포고 1학년 강다현 학생은 원격수업에 대한 주제를 나누기에 앞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공리주의 사상이 코로나19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렸다.

강다현 학생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소개하며 자유지상주의의 관점을 설명했다.

강다현 학생은 “캐나다에서는 실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에 반발한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청사 앞에서도 외출자제 명령을 연장하지 말고 풀어달라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렸다”며 “이들 사례는 자유지상주의의 대표적인 예다”고 말했다.

또 강다현 학생은 공동체주의에 관해 설명하며 “공동체주의는 생활방역과 동선추적, 격리조치 등 코로나19로 인한 대응방책에 응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공동체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일부)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완전히 서로 다른 개념과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개인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선 학생은 방역수칙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에 대해 공리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의했다.

박경선 학생은 “공리주의는 모두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보는 윤리적 사상”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 상황에서 소수로 치부되는 신도들은 예배를 포기하는 게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말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 콘텐츠 수업 무엇이 좋은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다수는 가장 좋은 원격수업의 방법으로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꼽았다.

수일고 1학년 김성빈 학생은 “수업을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한에서는 바로바로 토론이나 질문 답변을 할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수업에서 소회의실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잘하는 학생이 어려워하는 친구와 모둠을 짜 서로 알려주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심민수 학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장점은 소통과 질문을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것에 있다”며 “실제 학교에서 듣는 수업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심 학생은 두 방식 모두에서 '우리 학교 선생님의 직접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학생은 “EBS 수업의 경우 쉽게 접근하고 자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이 만든 게 아니다 보니 학교별 학생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학교 형평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직접 만드시거나 진행하는 게 질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수일고 1학년 이한음 학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면서 주로 채팅을 통해 질문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선생님이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타이밍을 놓쳐 질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콘텐츠형 수업은 출석체크를 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수일고 1학년 안여현 학생도 “실시간은 아직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연결이 안 된다든가, 화질이나 음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수업에 집중하기 너무 힘든 상황을 만든다”며 “차라리 기술이 좀 더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민수 학생은 장단점을 분석했다.

ZOOM 활용 수업의 장점은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학교에서 실제 듣는 수업과 비슷하다는 점을, 단점으로는 집중력 감소와 인터넷 연결의 불안정 하다는 점을 꼽았다.

자체 제작 동영상의 경우 수업을 여러 번 들을 수 있고 학교 시험을 내는 선생님들이 동영상을 만드는 것, 속도 조절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교사 입장에서 학생 이해도 확인이 어려운 점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꼽았다.

EBS수업은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점과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학교 선생님이 직접 만든 영상이 아니고 학교와 학생별 상황을 자세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강다현 학생은 원격수업의 단점을 분석하며 '창의적 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학생은 “이전까지 우리의 최선의 (원격)수업방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었다. 그런데 소회의실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으면 소용없고, 질답 형식도 음소거가 된 상황 등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직면한 우리의 최선의 수업방식은 창의적인 수업이다”고 말했다.

이어 “50분 동안 멍하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10분이라도 스스로 집중을 하며 듣는 수업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며 “EBS MATH 사이트에는 수업 효과가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영상이 많다. 이런 영상제작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카톡·게임·먹기 … 수업 중에도 잘 놀아요”

▲실시간 수업 중 학생들은 뭘 하나 …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하고 있어요.”

박경선 학생은 '우리는 이러고 있어요'란 주제로 선생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온라인 대면 수업 도중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답했다.

발표는 사실상 폭로전에 가까웠다.

박 학생은 “원격 대면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발표를 준비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본인의 장소에서 원격수업을 하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다들 보이지 않게 잘 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ZOOM프로그램을 주로 활용하는 데 그 위에 유튜브 창을 띄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잘 노는 친구들은 (수업시간에) 유튜브를 잘 보고 있다”며 “음식을 먹기도 하고 카톡도 많이 한다. 눈동자가 자꾸 왔다 갔다 하는 친구들은 거의 카톡을 하는 거다”고 폭로했다.

이어 “(학생토론을 위해) 소회의실을 열 때가 있는데, 잘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정작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한다. 가만히 앉아서 채팅으로 '우리 뭐해야 하냐'고 하고 있다. 15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다”며 “선생님들이 예상하는 모든 것들을 학생들은 (수업 도중)하고 있다.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노래도 듣고 카톡도 하고 먹을 것도 먹는다. 숨길 수 없는 진실”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필요한 기능은 얼굴보정·번호자동정렬 …”

▲원격수업 프로그램에 가장 필요한 것은?…“얼굴 보정 기능”

강다현 학생은 원격수업 프로그램에 가장 필요한 것을 '얼굴 보정 기능'으로 꼽았다.

강 학생은 “제가 정말 정말 바라는 기능이다. 청소년기에는 외모에 관심이 매우 클 때이기 때문에 우리의 부은 얼굴과 트러블, 작은 눈 이런 것을 남들에게 비디오로 보여주는 게 굉장히 민망하다”며 “그래서 얼굴 보정 기능이 꼭 필요하다. 기능이 생기면 화면을 끄는 학생들도, 집에서 마스크를 쓰는 학생도 아예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위로는 번호 자동정렬 기능을 선택했다. 출석체크 시간이 적게는 2분에서 5분까지 걸리며, 화면을 번호순으로 정렬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긴다면 이를 보다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위는 학습점검기능이다.

강 학생은 “집중력 문제가 가장 문제시되는데, 선생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라 생각한다. 수업 중간중간 버튼을 누른다면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습태도를 평가한다면 학생들이 더욱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