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연대기

재즈는 미국 남부 지방의 깡촌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탄생한 음악입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초기(17~18세기)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3개국이 식민지 쟁탈 전쟁을 벌였던 장소로 세 나라의 흑백 혼혈인이 뒤섞여 있던 특이한 도시입니다. 여러 인종이 뒤섞여 있으니 당연히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가 발전하게 됩니다.

뉴올리언스에는 프랑스계 백인들과 흑인 노예 출신 여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이 많았는데, 이들 흑인 혼혈인들을 크레올(Creole)이라 부릅니다. 이들에게는 백인과 동등한 신분상의 자유를 보장해주었다고 합니다. 19세기 말까지 크레올들은 다른 흑인들과 달리 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고 서비스업에 종사하기도 하고 농장을 경영할 정도로 번영을 이뤘습니다. 이들은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고 유럽으로 음악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죠.

그런데 미국 남북전쟁 후 노예가 해방되면서 크레올이 다른 흑인들에 비해 누렸던 특권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이들 크레올 중에 음악인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뉴올리언스의 스토리 빌(Storyville) 같은 홍등가나 무도회장에서 음악을 연주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주곡은 재즈가 아니라 랙 타임(Ragtime)이나 클래식이었지만, 랙 타임이 재즈의 전신이 되고 흑인음악과 유럽음악 클래식이 만나면서 재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홍등가나 무도회장, 바에서 흑인들에 의해 연주되던 재즈 음악은 1917년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Original Dixieland Jazz Band)가 음반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재즈의 탄생을 공식화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밴드의 구성원은 흑인이 아니라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백인들이 재즈 음반을 처음 발표하지만, 뉴올리언스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이라는 재즈의 선구자가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재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재즈 음악인이죠. 루이 암스트롱은 재즈의 뉴올리언스 시대를 열게 됩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등장 이후 재즈는 빅밴드 스윙 시대를 거쳐 비밥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비밥 시대는 재즈의 백화쟁명 시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불세출의 알토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가 활동하게 됩니다.

▲ 재즈 드러머 지미 코브. 지미 코브는 재즈 혁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 재즈와 록의 역사를 쉽게 설명해 놓은 조혁신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다방'. 이 책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록음악과 재즈, 클래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비밥의 열풍이 재즈계를 휩쓸고 있을 때 이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나며 모던재즈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른바 쿨 재즈가 등장한 겁니다. 쿨은 비밥 스타일의 복잡한 코드변화에 비해 한결 간단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쿨 재즈의 선구자가 바로 재즈의 혁명가 마일스 데이비스입니다. 이후에도 재즈는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게 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 음악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걸 인 캘리코'를 등장시키고 장편 '태엽 감는 새'에서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사인이 들어 있는 음반 '스케치 오브 스페인'을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여자의 집에서 피자를 구으며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티밍'의 수록곡 '서리 위드 더 프린지 온 탑'을 들으며 위스키를 홀짝거리기도 하지요.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나오코에게 보낸 편지 속에 '카인드 오브 블루'가 언급되어 있기도 합니다.

▲ 재즈클럽 버텀라인 내부. 버텀라인은 1983년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다. 버텀라인은 100년이 넘은 목조건물에 고풍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어 재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매주 1회 재즈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데 국내외 유명 재즈 음악인이 이곳 무대에 섰다.

 

 

▲ 100년 된 고택에 자리 잡은 버텀라인

재즈의 역사가 긴 만큼 인천의 재즈 역사도 꽤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인천 중구 신포동 거리에 가면 100년이 넘은 건물 2층에 '버텀라인'이라는 재즈 클럽이 있습니다.

인천 중구 신포동은 인천의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천의 재즈 문화도 이곳 신포동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버텀라인'은 1983년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입니다. 버텀라인은 100년이 넘은 목조건물에 고풍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일단 이곳에 들어가면 라이브 무대와 무대 벽에 그려진 재즈 혁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LP를 목격하게 됩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 장의 LP는 버텀라인의 세월이자 자긍심입니다.

버텀라인의 매력은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이곳 사장님 허정선 대표가 직접 LP를 골라 음악을 틀어줍니다. LP판만 3000여장이니 어지간한 음악은 다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한 요즘에는 즐길 수 없는 아날로그 맛이 물씬 풍깁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버텀라인은 주 1회 열리는 라이브 무대로 유명합니다. 버텀라인을 거쳐 간 재즈 뮤지션 면면을 보면 이곳이 인천의 대표 재즈 클럽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즈 클럽이라는 알 수 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띠에리마이야르, 재즈 보컬 엘자코프 등 세계 유명 음악인과 신관웅, 류복성우리나라 유명 재즈 음악인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데다 유명 재즈 음악인들의 공연이 열리다보니 우리나라 3대 재즈 클럽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100년이 넘는 건물에서 40여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 '백 년 가게'로도 선정되었습니다.

분위기를 흉내내기란 쉽습니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은 결코 모방할 수 없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허정선 대표는 "버텀라인이 백 년 가게로 선정된 것처럼 이 건물의 나이와 맞먹을 수 있는 클럽으로 계속 이어져 갔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버텀라인 공연 소식은 버텀라인 SNS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주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버텀라인이 90년대 중반에 리모델링했는데, 그때 이세기 시인과 글쓴이가 이곳 리모델링 공사를 했습니다. 25년 전에 만든 가구와 출입문, 마룻장이 세월의 흐름을 꿋꿋이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가끔 이곳을 들를 때마다 남다른 감상에 젖곤 합니다.

버텀라인이 인천의 대표 재즈 클럽으로 계속 성장하고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명소로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